이번 시리즈는 ''어벤져스 뉴욕 사건''의 트라우마로 불안 증세를 겪고 있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어느 날 테러리스트 만다린(벤 킹슬리)을 내세운 극단주의 집단 AIM의 공격을 받고 시골구석에 처박히면서 벌어지는 악전고투를 그렸다. 25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 노컷뉴스 영화팀 신진아·이진욱 기자가 아이언맨3을 함께 보고 얘기를 나눴다.
이진욱=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입담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지?'' 영화 ''아이언맨3''를 본 뒤 든 첫 생각이다.
신진아= 아이언맨이 다른 영웅과 차별화되는 매력이 바로 그의 유머감각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서민적이고 성실한 스파이더맨, 진지하고 심각한 배트맨, ''교수님'' 헐크 등 그들에게 없는 것이다. 아이언맨이 여성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것도 이 유머감각 때문일 것이다.
이진욱= 정말 한 순간도 입을 닫지 않는다. 꼬마 조력자와 "내가 잘 했냐. 네가 잘 했냐"고 핏대를 세우며 말다툼할 때는 영웅보다는 동네 형에 가깝다.
신진아= 이번 영화의 특징이 아이언맨이 슈트 입은 모습보다 벗고 있는 모습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장난스런 동네 형, 어떨 때는 맨몸액션을 펼치는 첩보원, 또 어떨 때는 버디액션무비의 형사처럼 보인다.
이진욱=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는 설정도 무척 재밌었다. 앞에서 말한 꼬마를 비롯해 팔뚝에 토니 스타크의 초상화 문신까지 새긴 청년 등 위기 상황에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들이 나오는데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다. ''토니 스타크가 영웅이냐, 슈트가 영웅이냐''는 이 영화의 열쇠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신진아= 영웅은 악당이 있기에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모든 영웅물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 강한 악당을 출연시켜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가이 피어스와 벤 킹슬리를 캐스팅하면서 기대감을 안겨줬는데 이번에 둘 다 멋지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나면서 솔직히 그를 능가하는 악당의 등장이 어떤 면에서는 불가능했다면 이번 아이언맨은 역대 최강이라고 할만하다.
이진욱= 담담한 말투와 표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가이 피어스의 아우라는 ''다이하드3''(1995)의 명품 악역 제레미 아이언스에 버금간다. ''악의 축'' 만다린(벤 킹슬리)의 반전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신진아= 만다린이 무고한 시민을 납치해 미국과 아이언맨을 겁주는 공간이 인상적인데, 세트가 아니고 실제 팝 아티스트의 집이다. 플로리다에서 살고 있는 알레스 바스크 호스톰스키란 사람인데 어린 시절부터 아이언맨 팬이라 제작진의 장소협찬에 선뜻 응했다는 비화가 있다.
신진아=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의 한쪽 팔 다리 부분만 착용하고 적과 싸우는 신, 아이언맨이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승객 13명을 구해내는 장면, 수십 종의 아이언맨이 등장하는 마지막 ''떼 샷'' 등 현실감과 속도감이 특징인 액션신이 볼만하다. 승객을 구하는 장면은 실제 스카이다이빙 팀이 참여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고 한다.
이진욱= 슈퍼 히어로물보다는 액션영화를 보는 기분도 든다. 이에 대해 "토니 스타크 자체의 모습, 최첨단 기술에서 벗어났을 때 영웅의 진면목을 보여 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수입·배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이유다.
신진아= 슈트를 입은 모습이 적어서 좀 아쉬웠다. 대신 현실에 발붙인 히어로무비를 지향한 감독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이번 시리즈는 모든 일이 진짜 같다는 현실감이 특징이다. 아이언맨이 ''어벤져스''에서 켞은 외계인과의 전투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 근데 이게 단순히 설정에 그치지 않고 토니 스타크가 그 증세로 주저앉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어벤져스에서 일어난 그 영화 같은 일이 실제처럼 받아들여진다. 적들이 아이언맨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도 진짜 실감나게 찍어서 영화 속 모든 일이 진짜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진욱= 3편 자체의 매력은 분명하나 관객들이 1, 2편과 다른 특징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소소하게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크리스마스라는 점도 조금 의아했다.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영화가 현 시점에서 13년 전의 연말 파티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따른 통일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신진아= 그런듯하다. 지금 시즌과 좀 맞지 않는 분위기나 보통 새해나 크리스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마련이다. 1편에서는 원 나잇 스탠드를 한 여자와 함께 했다면 3에서는 페퍼와 같이 있다는 자체가 아이언맨의 변화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신진아= 요즘 할리우드 히어로들이 다들 철학을 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악당과 영웅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고민했다면 이번 아이언맨도 관객들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묵직하게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식이라면 유머감각이 장기인 아이언맨은 풍자적 기법을 활용한 점이 차이다.
이진욱= 참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 숨겨진 보너스영상이 있다.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신진아= 1편의 감독 존 파브로가 해피 호건 역할로 나온다. 극 초반 활약을 펼치는데 알고 보면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