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계적인 음식문화연구소인 스페인 알리시아연구소에서 진행된 ''샘표 스페인 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고정관념은 어김없이 깨졌다.
그는 전통 장의 ''신세계''를 맛봤다.
''샘표 스페인 장 프로젝트''는 샘표가 알리시아 연구소와 손 잡고 한국의 전통 장을 유럽 음식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한 프로젝트다.
2012년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 간장, 고추장, 된장, 쌈장, 초간장, 향신간장, 연두 등 7개 한국 대표 소스를 스페인의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에 적용해 150개의 장 레시피를 완성해냈다.
"연구소 쉐프들은 접근법 자체에 선입견이 없더라고요. 우리의 장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으니 일단 모든 재료에 다 발라봅니다. 피자에도 뿌려보고, 고기에도 뿌려보죠. 이들은 전통 장들이 각 재료와 일대일로 만났을 때 어떤 맛이 나고, 조리법에 따라 각각 대입하면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지 연구합니다.
''된장에서 치즈맛이 난다''고 하길래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직업상 과정과 원리가 확인되지 않으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터라 믿지 않았던 거죠. 장별로 시료해서 맛을 봤더니 웬걸, 정말 그 맛이 느껴지는 겁니다." 스페인의 까딸루냐 주정부가 설립한 알리시아연구소는 ''요리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가 이사장으로 있는 세계적인 음식문화 연구소다.
스페인 국민 건강을 위한 식문화 개선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인 만큼 미슐랭 스타 쉐프들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높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된 김 부장은 이들과 함께 300여가지 요리 레시피 결과를 토대로 서양 요리에 적용할 수 있는150개의 레시피를 추려냈다.
"레시피는 앞으로 서양 음식에 다양한 아이디어로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또 한국 전통장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실제로 연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적인 요리박람회 ''2013 마드리드 퓨전''에서 언론관계자와 쉐프들을 대상으로 ''장 프로젝트'' 발표와 시식 행사를 진행한 결과 큰 호응을 얻었다.
알리시아연구소의 수석 쉐프는 우리의 전통 장을 향해 "아시아에서 하나의 제품이 들어온게 아니라 유럽을 뒤집을 만한 획기적인 식문화가 들어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샘플을 가져다가 새로운 메뉴개발에 활용한 요리사도 생겼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유럽 음식은 일반적으로 육수를 만들거나 치즈나 올리브유로 맛을 내는 등 방식이 뻔한데, 우리의 장을 넣으면 나쁜 맛은 없애주고 좋은 맛은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답니다.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확인한 거죠." 샘표는 스페인 장 프로젝트에 이어 ''코리아 장 프로젝트''를 지난 1일 출범시켰다.
한국의 전통 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장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전통 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한국 장의 맛을 분석하고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총 11명의 샘표 쉐프와 연구진들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쉐프들은 "왜 이 재료에다 장을 넣느냐"합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상상도 못했던 맛이 나온다는 것을요. 한국인 음식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식재료와 조리법에 하나씩 대입해 볼 겁니다. 장의 새로운 맛을 발굴하고 표준화를 시키는 작업은 세계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중요한 작업이에요. 우리의 장맛으로 세계에 놀랄 맛을 내놓고, 세계적인 한국인 스타 쉐프를 창출하는데 밑걸음이 된다면 그 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