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의미 규명, 주역은 과학이죠

주역학자 김승호 인터뷰

''매 순간 강한 의지를 품고 아름답게 행동하라.'' 신간 ''돈보다 운을 벌어라''의 목차를 살피던 중 눈길을 잡아끈 문장이다.

본문을 뒤졌다.

''이것은 운을 올바르게 경영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무엇이 강한 의지이고 아름다운 행동인지는 각자가 찾아내고 선택해야 할 몫이다.

(270쪽)'' 이 책은 유교 ''사서삼경''의 삼경 가운데 하나인 주역에 뿌리를 둔, 과학적인 운명학 서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흔히들 주역하면 ''미신''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리는 시대다.

45년 동안 과학으로서의 주역을 연구했다는 주역학자 초운 김승호(64) 선생이 이 책을 낸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돈보다 운을 벌어라/김승호/쌤앤파커스


8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연구실에서 만난 선생에게 주역이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이죠. 1만 년 동안 이어 온 주역은 만물을 여덟 가지 성질로 나눕니다. 천(하늘·天) 지(땅·地) 풍(바람·風) 뢰(천둥·雷) 산(산·山) 수(물·水) 화(불·火) 택(연못·澤)으로요. 연못이 포함된 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는데 자연계의 대표적인 ''그릇''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고 본 거죠."

이들 여덟 요소는 각각 ''괘''라는 기호로 표시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석 삼(三) 형태의 괘를 ''천''으로 봤을 때 세 획을 모두 반으로 가른 것이 ''지''다.

천이 창조와 생명의 원천이라면 지는 죽음, 순종을 뜻한다.

가운데 획만 잘라 놓은 ''화''는 밝음과 아름다움을, 가운데 획만 살린 ''수''는 어둠과 혼돈을 상징한다.

맨 아래 획만 이어 놓은 ''뢰''는 근면, 집념을 의미하며 반대로 맨 아래 획만 끊은 ''풍''은 새로움과 넓음을 뜻한다.

가장 위 획만 이어 놓은 괘는 ''산''으로 인내와 고독을 뜻하며, 이 획만 잘린 ''택''은 평화를 나타낸다.

"태극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해방 전 태극기에는 태극 무늬 주변에 8괘가 모두 있었는데 지금은 4개만 남았죠. 태극은 음도 양도 아닌, 시간(천)과 공간(지)이 있기 전에 존재했던 것을 뜻합니다. 태극을 두고 만물의 시작이며 끝이라고들 해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태극기에도 주역의 이치가 담긴 셈이죠."

여기서는 괘의 상징을 한 두 가지만 예로 들었지만, 각 괘는 무수히 많은 뜻을 가졌고 이들 괘가 만나면 8 곱하기 8, 즉 64가지 서로 다른 작용을 일으킨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연못 궤 위에 물의 궤가 놓인 형태를 고유명사처럼 수택절(水澤節)로 부르는데 물이 그릇에 담겼으니 안정된 상태죠. 이를 사람에게 적용해 보면 평화로운 가정, 절제된 태도로 읽을 수 있죠. 산 아래 바람이 놓인 산풍고(山風蠱)는 붕괴, 입장 변화 등을 나타냅니다. 친구나 애인에게 배신을 당할 운명이에요.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창고에 쌓여 있던 물건이 팔린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이렇듯 개인, 단체, 사물이 처한 환경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거죠."

''주역의 해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천차만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에 대해 초운은 주역만큼 과학적인 학문도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원자로 이뤄졌더라도 그 배열에 따라 사물의 성질이 달라진다는 서양 과학 이론의 역사는 불과 수백 년입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원리가 주역을 통해 1만 년 동안 이어져 왔어요. 단지 그 과정에서 이치(理)만 강조된 나머지 과학적인 현상(象)과 수(數)를 소홀히 해 실생활의 쓰임새가 점차 멀어진 거죠. 저는 45년 동안 이 상수를 연구했습니다. ''주역과학''으로써 한 암호에서 하나의 해석만 나올 수 있도록 했죠."

그는 지금의 시대를 주역의 64괘 가운데 ''산수몽(山水蒙)''에 빗댔다.

산수몽은 어린아이, 낯선 느낌, 작은 결실, 방종 등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인류가 혼돈에서 막 벗어났다는 의미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 현 주소를 몰라요. 집으로 가는 길을 몰라 거리를 방황하는 것과 같죠. 지금은 인간 행동의 의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입니다. 인간 행동의 의미는 첫째, 공존이에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존, 공익의 논리를 발견해야 합니다. 둘째, 한 인간으로서 인격을 갖추는 일입니다. 선한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도 그만큼 우주를 맑게 하니까요."

선생이 지금까지 20년간 무료로 주역 강좌를 열고 다양한 주역 이론·응용서를 내고 있는 것도 주역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저는 나이 들어 이미 사회 활동이 끝났어요. 인재를 찾아내 주역을 더욱 정교하게 가르치려고 마음 먹은 이유죠. 물질 가치에 지나치게 치우친 지금 세상에서 한 사람으로서 매 순간 강한 의지를 품고 아름답게 행동하는 데 주역의 이치가 커다란 힘을 보태 줄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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