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는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대표이사를 지낸 김우택 대표가 2008년 9월 자본금 20억 원으로 세운 회사. CJ E&M, 롯데, 쇼박스와 함께 충무로 빅4로 손꼽히나 유일하게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직원이 서른 명 남짓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배급작품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153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매출 점유율 11.9%, 관객 점유율 12.2%). 2013년 첫 작품으로 아직도 극장 상영 중인 7번방의 선물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3위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이나 이미 역대 1000만 영화 중에서 제작비 대비 최고수익을 기록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 최초로 세계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피에타''를 투자배급한 곳도 바로 뉴다. ''풍산개'' ''그대를 사랑합니다'' ''부러진 화살'' ''언터처블: 1%의 우정'' 등 의외의 흥행작도 많이 터뜨렸다. 시쳇말로 흥행과 명성 두 마리 도끼를 지난 4년간 다잡았다.
최근 노컷뉴스와 만난 장경익(41) 뉴 영화사업부 대표는 이렇게 단기간에 이룬 성공의 비결로 "남다른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광신도라 착각할 정도로 우리영화의 성공을 믿는 긍정적 마인드, 상사 앞에서도 ''노(NO)''라고 얘기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문화 그리고 잘못을 따지지 않는 공동책임의식이 뉴의 조직문화"라고 설명했다.
성공비결1. 긍정적 에너지가 성공을 부른다
장 대표는 "우리 직원들이 다들 많이 웃는다"고 말했다. "''시크릿''이란 책을 봐도 바람이나 기원 등 긍정적 에너지가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징기스칸의 말도 좋아한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회사 직원 모두가 영화가 잘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즐겁게 일하면 꿈이 이뤄진다고 본다."
노년의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그대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 대표는 "그대사는 정말 죽다가 살아난 영화"라고 했다. 그대사는 2011년 2월 개봉했는데 개봉 첫 주 성적이 엉망이었다. 주말에 상영회차가 빠지면서 잘해야 20만에 그칠 영화였다. 하지만 전 직원이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극장과 계속 소통하면서 ''관객반응이 있을 거니 영화를 버리지 말아 달라'' ''좌석점유율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 뜻밖에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추천을 하면서 좌석점유율이 점점 올라갔다. 170만 관객을 모았는데 1개관에서 8회 상영하면 하루 4, 5회 차 걸어서 얻어낸 결과였다."
"일단 우리영화로 결정되면 아무리 못난 점이 있어도 절대 험담하지 않는다. 간혹 우리영화지만 별로라고들 수군대잖나.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말자체가 금기시돼있다. 그만큼 긍정의 힘을 믿는다."
성공비결2. 예스맨은 없다 "때로는 다수 아닌 소수의견에 주목"
뉴는 마지막 투자심사단계에서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연다. 집중토론을 벌이며 찬반투표를 거치기도 한다.
장 대표는 "그 자리가 중요한 게 전 직원의 날것 그대로의 의견을 듣는 게 좋은 영화를 판단하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윗사람 앞에서 ''전 싫어요''라고 말하는 게 조직문화다. 평소 직원들끼리 잘 어울려 다니는데 그런 시간 덕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뉴는 작년 초 단체로 울릉도와 독도를, 10월에는 체코 프라하와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갔다 왔다. 틈틈이 공연이나 스포츠경기도 함께 관람한다.
때로는 다수보다 개인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 고만고만한 70점짜리보다 한 두 명이 확 꽂힌 30점짜리 시나리오에 더 주목한다. 때로는 ''부러진 화살''처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때로는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처럼 철저히 오락적인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힘이다.
"신세계는 처음에는 반반으로 나눴다. 하지만 정말 꽂힌 사람이 있어서 계속 잡고 갔고, 마지막 시나리오를 읽고는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7번방의 선물은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 이야기의 장점이 확실히 보여서 일단 하기로 하고 감독, 제작사와 오랜 기간 시나리오를 고쳤다. 감독이 학을 뗄 정도였다.(웃음). 하지만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믿고 맡긴다. 편집본만 크게 이상이 없다면 간섭하지 않는다."
영화 사업은 다른 사업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장 대표는 "회사와 회사로 일을 하면 기업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데 대기업이 아닌 뉴는 그런 점에서 좀 더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판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 약속들, 신뢰가 가능하다. 그게 다른 회사보다 유리한 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뉴는 현재 풍산개와 피에타를 함께한 김기덕필름,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영화사집, ''신세계''의 사나이픽쳐스, ''언터처블1%의 우정''의 블루미지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의 차기작 또한 투자 배급한다.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가 흥행하면서 수익을 챙겨드렸는데, 수익을 정산 받은 첫 번째 영화라고 하셨다(과거 제작해 흥행한 ''영화는 영화다''는 투자배급사의 내부문제로 수익을 받지 못했다). 그런 좋은 기억이 이후 피에타로 이어지면서 올해 ''배우는 배우다''를 함께 한다."
보통 투자배급사는 제작사나 수입사에 비해 갑의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장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가진 쪽이 갑"이라고 말했다. "갑을관계는 언제나 바뀐다. 때문에 서로 파트너란 말이 가장 적당하다."
성공비결4. 연간목표는 없다 "매출보다 매 작품 수익에 집중"
보통 기업은 연간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뉴는 다르다. 장 대표는 "머릿속으로 올해는 어느정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그것을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저 역시 김우택 대표와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는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만약 올해 연간 1000만 명 하자, 혹은 2000만 명 하자고 했을 때 1000만 영화 1편 나오고 다른 영화 다 망해도 목표는 달성된다. 하지만 영화 사업에서는 매 영화가 다 수익을 거둬야한다." 왜냐하면 영화마다 파트너가 다르니까. 장 대표는 "때문에 한 편 한 편 최선을 다하고 성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이 대성공했지만 그 영화가 이후 다른 영화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히려 7번방의 선물이 크게 성공하면서 후유증이 컸단다. 장 대표는 "신세계처럼 450만이 들어도 흥분된 기분을 끌어 내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1000만이라서 농담처럼 우울증을 앓았다고 지인들께 말했다"고 웃었다. "그 고조된 기분을 쫙 끌어내렸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왔다. 지금 1000층 빌딩에서 내려온 기분이다."
영화가 망해도 질책하지 않는 것도 뉴가 중시하는 문화다. 그는 "뉴는 동아리문화에 가깝다"며 "영화가 망해도 담당직원을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뭐든 공동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간목표는 없으나 장기적 비전은 있다. 장 대표는 "워너나 디즈니, 폭스처럼 전문대기업이 되고 싶다"며 "문어발식 대기업이 아니라 미디어영상문화전문 대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운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찾아오나 어떤 회사는 기회를 스쳐 보내고 어떤 회사는 기회를 잡는데, 그 기회는 움켜잡는 사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뉴는 그 운을 울켜쥘 만큼 내부 결속력과 체력이 돼있다. 만약 영화 흥행이 ''운칠기삼''이라면 우리가 가진 그 삼을 더 크게 터트리는 게 바람이고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