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의 10%가량만 벌금으로 내면 되는 현실이 이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 입대 전 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한 최모(19) 씨. 최씨의 노동 환경은 열악했다.
애초에 일하기로 했던 편의점뿐 아니라 업주가 운영하는 다른 편의점 2곳에서도 업주의 요구에 따라 일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 4300원을 받으며 9개월 동안 일했던 최씨는 결국 최저임금 부족분 240여만 원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신고했다.
임금이 체불된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 지방의 노동청에 신고하면 근로감독관이 체불 상황을 조사해 업주에게 체불 임금을 갚도록 조치한다.
하지만 최씨를 고용한 업주는 근로감독관의 세 차례 소환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는 임금체불에 대해 국가가 형사재판을 진행하고, 체불당한 노동자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최 씨는 소송으로 가야 할 판이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 씨는 "한 달 월급 60여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으로 가도 해결될 보장도 없다"면서 "곧 군대도 가야 하는데 소송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형사·민사 승소해도 돈 못 받아= 실제로 소송으로 가도 문제는 해결되기 쉽지 않다.
일하던 중국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임금 1800여만 원을 떼인 채동명(42) 씨 부부는 소송까지 진행했다.
업주는 형사소송에서 패소했고, 채씨 부부는 업주에게 걸었던 민사소송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채씨 부부가 손에 쥔 돈은 고작 60만 원이었다.
업주는 체불 임금 가운데 10%가량만 벌금으로 냈고, 이미 재산도 다른 사람 명의로 빼돌려놨다는 게 채씨 부부의 증언이다.
이들 부부는 "업주는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오히려 큰소리쳤다"면서 "민사에서 이겼지만 법원에서도 업주 명의로 된 재산이 없어 압류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채씨 부부는 "최근 업주가 서울 압구정동에 새로운 식당을 차렸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떼인 돈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이상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관례상 체불임금의 10% 선에서 선고되는 벌금만 낸다면 업주에게는 오히려 임금 체불이 이득인 셈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요한 노무사는 "법을 잘 알고 경험 많은 업주들은 자기 명의로 사업을 안 한다"면서 "벌금이 체불 임금의 10% 수준이기 때문에 벌금만 내고 민사는 모른 체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관계자도 "처벌 세져야 체불 줄것"= 이처럼 낮은 벌금이 오히려 임금 체불을 조장한다는 점은 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몇억씩 체불해도 벌금이 높지 않아 강제력이 떨어진다"면서 "처벌 수준이 강해져야 체불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는 갈수록 늘어나, 체불업체는 지난 2004년 10만 607개 업체에서 2011년 19만 3536개 업체로 7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