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의 궁극적 치유를 위해서는 국가를 비롯한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애정이 있어야 온전한 사회적 존재로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광주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센터는 3일 오후 2시 광주 도시공사 대회의실에서 "5.18 민주화 운동 트라우마, 치유의 첫발을 내딛다."라는 행사를 통해 5.18 가혹행위 경험자 7명에 대해 10주 동안 진행한 집단상담 결과를 발표했다.
5.18 피해자들의 집단상담을 맡은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애초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집단상담에 들어갈 때 치유에 대한 불신이 컸다고 말했다.
이들 피해자는 "한쪽으로 치유해 주겠다면서 또 다른 한쪽으로는 "폭도"로 매도하는데 무슨 마음의 치유가 되겠느냐"면서 "돌멩이 1천 개를 어깨에 얹고 있는데 한 개 내려 놓는다고 그게 느껴지겠느냐며 도리어 한 개를 내려 놓으면 열 개, 1백 개를 더 짊어지는 느낌을 받아 그냥 이대로 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피해자는 80년 5.18이 33년이 됐는데도 새벽마다 그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 시민이 보여서 놀라 잠이 깨는 일이 반복되고 이미 유죄선고를 받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무죄 선고를 받고 자신들을 폭도라며 쫓는 악몽을 꾸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는 광주 트라우마 센터의 권유로 10주 동안 집단상담을 통한 치유를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마음이 없어지고 밝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등 다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지역 공동체가 5.18로 마음속 상처가 많은 사람으로 이해해 주고 그때 "고생했다."라는 따뜻한 말과 함께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5.18 사망자의 암매장 의혹 등의 진실 그대로 밝혀지지를 간절히 바랐다.
이번 집단상담에 참여한 윤다현(62) 씨는 80년 5.18 때 친구가 계엄군의 대검에 찔려 숨지는 것을 보고 5월 항쟁에 뛰어들어 체포된 뒤 온갖 고문을 받고 살인범으로 몰려 약혼녀와 파혼당하는 등 삶이 파괴됐는데 이번 상담으로 마음의 분노.증오가 치유돼 이제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담 참여자인 박천만(53) 씨는 5.18 당시 전남 도청을 최후까지 사수했던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계엄군에 체포돼 국가폭력으로 몸이 망가지고 한쪽 청력까지 잃어 한때 자살까지 시도했으나 이번 치료를 통해 자녀에게 자신이 5.18 민주화 유공자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강용주 광주 트라우마센터장은 "고문으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라면서 "센터가 이들에게 치유의 힘이 온전히 발휘돼 어둠에서 빛으로 망가진 일상이 회복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울타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이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데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부터 배반당하고 가혹행위를 당한 이들이라며 이들에게 신뢰관계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국가 공동체를 비롯해 광주 공동체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만 온전한 사회적 존재로서 복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5.18 가혹행위 경험자들의 집단상담을 맡은 정혜신 전문의는 " 5.18 피해자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이들이 80년 5.18 때 한 차례 재앙을 겪은 뒤 사회적, 집단적으로 "폭도"로 낙인찍혀 재앙이 일상화돼 트라우마 깊이가 훨씬 심화된 점이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정혜신 전문의는 이에 따라 " 이들 피해자가 자신들의 상처를 안전한 상황에서 드러낸 뒤 일시적 관심이 아닌 진정성 접근을 통해 치유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5.18 피해자 당사자만 5천 명에 이르고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전문가가 투입해 이들의 고통을 빨리 덜어 주는 국가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