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치러지는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법인카드 유용, 증여세 탈세, 병역, 이중국적과 같은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가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일부 후보자들에게 붙여진 별명들이다.
그런데 2일 치러진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적인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일종의 ''이변''이 벌어진 셈이다. 검증의 단골메뉴가 사라진 대신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 등 정책검증에 질문이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의 검증과정에서 채 후보자는 재산이나 병역 등 개인비리 의혹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로부터 이례적으로 칭찬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인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도덕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인사청문회 같지 않고 칭찬회 같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혹시 총장 될 생각으로 자기 관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심지어 "보좌관들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더라(민주당 박범계 의원)"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채 후보자에는 ''파도미남''(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는 남자)이란 별명까지 회자되고 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전날 청문회 과정에서 "청문회 당일 (여야 의원들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 내정자가) 자료 제출도 시한을 넘기지 않고 빨리해준 점, 청문회 준비팀도 많은 노고를 해준 점에 대해 칭찬의 말씀을 드린다"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채 후보자는 정책질의에서도 비교적 소신있는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중수부 폐지에 대해서는 "폐지를 반대한 적은 없다. 그러나 부패수사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설특검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수사권 충돌 같은 법리적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취임 후 전모를 파악하고 체제를 재정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다소 미묘할 수도 있는 5.16에 대한 평가 요구에 대해서는 "여러 정치적, 역사적 평가가 갈리고 있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군사정변적 성격이 있다는 게 저의 평소 생각"이라고 밝혔다.
검찰 조직 내부도 이번 청문회 결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모 검사장급 간부는 "국민들이 청문회를 볼 때 검찰에 저런 분도 있구나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재산 문제도 없고,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서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부장검사급 또다른 간부는 "근래 보기 드물게 정책청문회로 진행됐다. 인품이 훌륭하고 논리가 명쾌하더라"며 "다들 이제 죽었구나 하고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채동욱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인사청문회 파행이 단순히 제도탓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가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사전에 제대로 검증해서 내정하면 청문회 파행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 내에서는 ''호통치는 야당''과 ''감싸는 여당'',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하는 청와대의 태도로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인사청문회 제도개선이 논의돼 왔다. 실제로 국회는 정치쇄신특위가 중심이 돼 인사청문회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상품 자체''가 제도개선에 앞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