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길위의 공무원"

세종청사 출근족의 하루

1일 새벽 6시 10분, 동 트기 전 정부서울청사 후문. 이른 아침 쌀쌀한 기운에 40여 명의 공무원들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버스를 기다렸다.

6시 25분쯤 세종청사행이라고 쓰여진 대형 통근 버스가 도착하자 길게 줄을 서 있던 공무원들이 차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 올라탄 공무원들은 익숙한 자세로 좌석 위에 마련된 짐 칸에 가방을 올린 뒤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통근버스에서 왕복 4시간 "내릴 때마다 손·발이 저린다" 성인 남성이 버스 의자에 앉았을 때 무릎이 앞 좌석에 닿을 정도로 통근버스 좌석은 좁은편이었다.

폭이 좁다보니 의자를 뒤로 제끼기도 서로 눈치가 보이고 다리를 쭉 뻗기도 힘들다.

지난 해 12월부터 통근버스로 출퇴근을 해 온 총리실 김종문 과장은 "몇 개월 동안 (통근 버스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버스 내릴 때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며 "혈액 순환이 안돼서인지 계속 손발이 붓는다"고 말했다.

90도로 꼿꼿이 세운 자세로 왕복 4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탓에 목디스크에 걸린 공무원도 있다.

통근버스로 세종시를 출퇴근 하는 공무원들의 고충은 육체적인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오후 3~4시부터 집에 갈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후 6시 반쯤 청사를 나설 때마다 남아있는 동료들 보기도 미안하다.

출퇴근을 위해 시간을 쓰다보니 세종시 공무원들은 평일에 해결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에도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세종청사로 출근하는 한 공무원은 "지난 주에도 토요일, 일요일 모두 일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행복도시'' 세종시…''간이침대''에서 밤 새우는 공무원들 세종시를 통행하는 버스나 택시 등도 여의치 않다.

9시가 넘으면 다니는 택시나 버스는 거의 없다.

김 과장은 "9시반까지 일을 하다가 KTX를 타기 위해 오송역까지 가려고 해도 오송역으로 가는 교통편이 없을 뿐 아니라 근처 사우나를 가기 위한 교통편도 없다"며 "그럴 때는 아예 간이침대에서 잠을 잔다"고 토로했다.

업무 성격상 서울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일을 하는 시간보다 왔다갔다 이동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세종청사관리소의 박이상 사무관은 "세종청사에서 국회까지 출장가면 왕복 6시간 걸린다"며 "2시간 일 보기 위해 왔다갔다하는 것은 시간낭비다"고 말했다.

하루 300km를 이동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만성 피로에 시달려야 했다.

국토교통부 이상훈 과장은 "지난 장관 청문회 때 밤 12시 넘어서 질의서가 접수됐다"며 "청문회가 당일 오전 7시반이었기 때문에 밤을 새서 답변서를 준비한 뒤 새벽 4시반에 차를 몰고 서울로 출발했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과장은 "한 시간반 두 시간 운전해서 여의도까지 갔는데 운전하는 사람도, 같이 타고 가는 사람도 잠 한숨 못자고 가는데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정복 장관 "공무원 행복이 국민 행복, 대책 마련 하겠다" 수도권에서 세종시를 왔다갔다 하는 통근 버스는 86~104대. 하루 많게는 2000여 명에서 적게는 1000여 명의 공무원이 매일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세종시 출퇴근 버스에 올라 공무원들의 고충을 직접 들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공무원들의 원격근무용 사무실인 스마트워크센터를 국회 본관에 설치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불편사항 접수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종청사 셔틀버스 운행대수를 기존 47대에서 103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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