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을 앞두고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진 고희진은 지난 24일 1차전에서 3점에 머물렀다. 특히 블로킹 득점이 전무했고, 유효 블로킹만 1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신감독이 고희진을 빼지 못한 것은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오버맨'' ''신바람 센터'' 등 별명이 말하듯 경기 중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치는 데다 블로킹 성공 뒤 펼치는 세리머니는 팀 전체 사기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신감독은 1차전 뒤 석진욱(37), 여오현(35)까지 고참 3인방을 따로 불러 질책을 했지만 실은 주장 고희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고희진은 이틀 만에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신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고희진은 2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 V리그'' 챔프전 2차전에서 알토란 같은 블로킹 3개를 올리며 3-1(18-25 25-22 25-23 25-22)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1세트를 먼저 내준 뒤 맞은 2, 3세트 활약이 빛났다. 1세트 침묵한 고희진은 역전승의 발판이 된 2세트 고비에서 힘을 냈다. 19-17, 2점 차로 앞선 가운데 상대 토종 주포 김학민(18점)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이날 1세트에만 블로킹에서 4-0으로 밀렸던 삼성화재의 이날 첫 블로킹 득점이었다.
고희진은 1-1 동세트던 3세트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6-6 상황에서 상대 에이스 마틴(18점)을 블로킹한 데 이어 7-7 상황에서 김학민을 또 다시 가로막으며 기세를 올렸다. 고희진의 활약에 팀 전체 사기가 오른 삼성화재는 20점대 박빙 상황에서 박철우(9점)와 세터 유광우(2점)까지 블로킹 대열에 가세하며 세트 스코어 2-1로 전세를 뒤집었다.
4세트에는 서브로 보탬을 줬다. 8-8 동점에서 고희진은 허를 찌르는 서브로 에이스를 만들어냈다. 득점은 5개에 그쳤지만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신치용 감독은 "고희진을 잘 못 빼는 이유가 못할 때마다 꼭 하나씩 해준다는 것"이라면서 "오늘 결정적일 때 블로킹은 잘 했다. 그게 역시 경험이 있고 주장이라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고희진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파이팅인데 1차전 때 뭘 했나 자책을 많이 했다. 석진욱, 여오현 등 형들도 네 표정이 죽어 있으면 우리가 다 죽는다, 네가 미쳐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특기인 파이팅을 외치자 했다. 다만 블로킹을 몇 개만 더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웃었다.
삼성화재는 레오도 양 팀 최다 45점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2연승, 6시즌 연속이자 통산 7번째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3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칠 위기에 놓인 대한항공은 오는 28일 인천 홈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