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인사실패 MB초기보다 심각…''나홀로'' 인사가 참화

박근혜 대통령이 잇따른 인사 실패로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주에 김학의 법무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사퇴한 데 이어 25일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장·차관급 인사의 연이은 사퇴는 새정부들어 벌써 6번째이고, 인수위 시절 김용준 총리 후보자 낙마와 박 당선인도 인사에 관여했던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낙마까지 계산에 넣으면 벌써 12번째다.

새정부 출범기에 인사실패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권 교체로 인사시스템과 검증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 요직을 한꺼번에 채우려다보면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때도 인사실패는 있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줄줄이 낙마했다.

이들 3명 외에 다른 장관 후보자들도 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돼 역대 최다 표차인 530만표차 승리에 너무 도취해 검증을 제대로 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초기 인사실패가 이명박 대통령 초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은 낙마한 인물들의 비중만 봐도 알 수 있다.

5년전에는 통일, 복지, 여성 등 비교적 힘이 없는 부처의 장관 내정자들이었지만 이번에는 총리 후보자부터 국방장관, 공정위원장 내정자에 법무차관 등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부처의 수장들이다.

인사 실패의 책임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인사 제안을 덥석 받은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검증시스템이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걸러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제안이 오더라도 대통령과 정권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고사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사 검증시스템은 뭣하러 있는 것이냐는 강한 반론 앞에서는 힘을 못쓴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다보니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는데 곽상도 민정수석에게 집중되고 있다.

사실 한만수 전 공정위원장 내정자나 김학의 전 법무차관,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에 대한 인사는 정권이 출범하고도 꽤 시간이 흐른 3월 중순에 이뤄졌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의 책임이 적지 않다.

또 곽상도 수석이 정권 출범 이전에도 검증작업을 진두지휘했는데도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됐던 이런 저런 결격 사유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쓰는 방식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고 보는 시각 앞에서는 인사시스템 보완이나 부실검증 책임론도 맥을 못춘다.

한번 써 봤던 사람들을 다시 쓰거나, 당사자들도 제대로 기억못하는 과거 어느때 눈에 들어와 수첩에 적어 놓고 눈여겨 보다가 정권을 잡자 ''이 사람 써보라''는 식으로 명단을 하달할 경우 인사위원회가 갖춰지고 검증시스템이 구비돼도 노(NO)라는 판정이 내려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정부에 기용된 한 차관급 인사는 발표 당일날 인사제안을 받고 고사를 했지만 몇 시간 뒤에 자신의 이름이 발표돼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청문회 대상자가 아닌 차관급 인사의 경우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생략됐을 수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행보를 문제의 출발점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자신은 물론이고 인수위에도 요란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다보니 인수위원들이 사무실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국정과제와 목표를 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인사에 필요한 검증을 위해서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있고 취임 이전이라며 자제했다.

당선인과 인수위의 행보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검증실패라는 커다란 부작용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다소 요란하게 보이고 정권을 내주는 쪽과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잇따른 인사실패의 궁극적인 책임은 박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만큼 인재를 구하려는 노력을 더 다양화하고,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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