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이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곽상도 민정수석이 잇따른 인사실패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 후보자로서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는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 시간부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지난달 13일 내정 당시부터 무기중개업체 고문 재직, 위장전입 등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부적격'' 판단을 받았고 최근에는 미얀마 자원개발업체 KMDC 주식보유 신고 누락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정 38일 만에 중도하차했다.
이에앞서 전날에는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자진사퇴했다. 그는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퇴 한다"고 밝혔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사퇴하는 등 벌써 5번이나 고위공직자가 중도 낙마한 것.
이같은 인사실패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곽상도 민정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이 고정멤버로 참여하는 인사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곽상도 민정수석이 인사검증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곽 수석은 새정부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주요 인선때마다 인사검증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낙마한 고위직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도덕성과 관련한 의혹으로 낙마했다는 점에서 "도대체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비판여론이 높다.
대표적으로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전 차관이 임명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인사검증 실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성접대 의혹을 받은 것은 하루이틀 사이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이같은 소문이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사설 정보지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의 잘못된 확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기보장을 약속한 김기용 경찰청장이 교체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는 "성접대 의혹에 대한 잘못된 보고가 김 청장 교체를 불러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 본인이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도 내정까지 이르게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절대 아니라고 하는데 뜬소문만 듣고 판단할 수만은 없는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든 현재 경찰의 수사상황을 봤을 때 의혹의 상당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의혹이 제기된 인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 중심에 곽 수석이 있다는 평가다.
개인사에 대한 인사검증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은 작은 의혹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이를 찾아내지 못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인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냐"며 문책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여당에서도 곽 수석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차관급 인사 과정에서 허술한 검증으로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민정수석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와 동시에 현재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위원회가 대통령 측근으로만 구성되다 보니 대통령이 꼽은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된 검증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장 임명 등 수백여명에 이르는 주요직에 대한 인사가 남은 만큼 현재의 인사위원회 시스템으로는 또 다시 문제 인사가 중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운영''을 약속하며 인사위원회를 출범한 만큼 외부인사 충원 등 인사시스템 전체를 개편할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사외이사처럼 7~8명 중에 외부인사가 2~3명은 돼야 공정한 인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