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FA와 해외 진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남자 선수들은 FA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기존 6시즌에서 5시즌으로 줄었다. 여자부처럼 한 시즌 총 경기의 25% 이상을 5번 채우면 된다.
이와 함께 FA의 원 소속구단에 주는 보상도 줄었다. 해당 FA의 연봉 400%나 300%+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하는 기존 규정에서 연봉의 300%나 200%+보호선수 외 1명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신 보호선수 숫자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사실상 FA 이동을 원활하게 유도한 것이다. 그동안 각 구단들은 FA를 영입하고 싶어도 보상과 보호선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운신 폭이 제한됐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 2009-10시즌 이후 현대캐피탈로부터 FA 박철우를 영입하면서 보호선수 4명 규정에 묶여 프랜차이즈 스타 최태웅을 내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진출과 관련한 규정도 바뀌었다. 남녀부 모두 4시즌을 마치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단 고졸 선수는 5시즌을 채워야 하고, 선수와 구단의 합의가 이뤄지면 언제든 국제무대로 나갈 수 있다.
특히 유상 임대로 외국에서 뛴 기간도 FA 자격 기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만 국내 복귀 때는 원 소속구단이 우선 협상권을 갖는다.
▲"김연경은 적용 안 돼…당사자 흥국생명과 해결해야"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개정된 규정은 모두 2013-2014시즌 드래프트에서 뽑히는 신인부터 적용된다. 기존 선수는 물론 특히 터키 페네르바체와 원 소속팀 흥국생명에서 줄다리기를 했던 김연경(25)도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한다.
당초 김연경은 지난해 7월 흥국생명에서 4시즌, 일본에서 1시즌, 터키에서 1시즌을 뛴 뒤 FA 자격을 얻었다며 페네르바체로 완전 이적을 추진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당시 규정에 따라 해외 임대 기간은 무효하다며 김연경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에 런던올림픽 이후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배구협회, KOVO, 흥국생명 등이 모여 김연경에게 터키에서 1시즌 더 뛸 기회를 줬다. 당시 합의 내용은 당장 해외에서 뛸 수 있는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하지만 3개월 안에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 선수로 페네르바체와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빠른 시일 내 관련 FA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과 김연경 측의 계약 협상이 무산된 데 이어 이번 이사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김연경 문제는 여전히 미결 과제로 남게 됐다. KOVO는 "김연경의 자격 문제는 흥국생명과 계약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흥국생명과 김연경 측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또 다시 김연경이 다음 시즌 무적 상태가 될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시즌을 마친 뒤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