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시론]국정원 정치개입 판명나나

며칠 전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국가정보원(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국정원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다음 날 국정원 측에서는 허위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 지시였다고 해명했다.

정치개입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한 국정원 본래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세훈 국정원장이 오히려 직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누누이 강조해왔다며 구체적 발언록까지 보도자료로 내놓았다.

진 의원이 공개한 지시 내용 자체에 대한 이의는 없는 듯하다.

국정원법을 위반한 정치개입이고 권력남용이냐, 국가안보를 위한 국정원의 정당한 활동이냐, 서로 다른 해석의 차이만 있어 보인다.

알다시피 이번 일은 18대 대선 기간에 국정원 여직원 댓글 선거개입 논란에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사건 초기 선거개입 부정이라고 정부를 공격했던 민주통합당 쪽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근거도 없이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감금하기까지 했다고 몰아붙였다.

정치적 댓글 작업을 한 단서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유별난 수사 중간발표는 야당을 궁지에 모는 중요한 소재가 됐다.

그러나 대선 이후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직접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고 이를 도와준 제3의 인물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국정원의 해명도 오락가락이다.


아예 댓글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댓글 활동이 드러나자 개인적인 의견 표명이었다고 했다.

이번에 국정원장의 공식적인 지시 내용이 드러나자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한 정상적인 업무 지시였다고 다시 바꾸고 있다.

물론 직원 댓글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업무였는지는 가려져야 할 일이다.

검찰 수사 종결 이후 진행키로 한 국정조사에서 이런 문제들이 쟁점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안보를 위한 활동과 정치개입 활동의 경계를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국정원측의 주장처럼 4대강사업 비판 등이 종북세력이 연루된 허위사실의 확대 재생산이라고 한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모두 반국가적인 행위가 되고 만다.

반국가적인 행위와 비판여론은 다르다.

비판여론 또한 정부여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국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법에 정치관여의 금지(제9조)는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여론 선무작업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지는 않다.

국정원은 반국가적인 사안에 대처하는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이 정부에 대한 합법적인 비판 여론에 대응하는 일은 불법적인 정치개입이다.

※ 본 기고/칼럼은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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