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시론]대기업 유독물 관리·윤리 문제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던 삼성전자 화성 공장이 무려 1934건의 산업안전 보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결과다.

예컨대, 폭발성 가스를 취급하면서도 스파크 방지 기능이 없는 전기기구를 쓰거나, 누출된 독성 물질을 중화 처리·회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는 등 기본 안전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 2위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안전 의식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사고 당시 만 하루가 지난 후에야 경기도 등 관계 당국에 사고 발생 신고를 하는 등 대처에 늑장을 부렸고, 경찰의 사고현장 접근을 고의로 막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그럼에도 삼성은 애매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삼성전자는 고용부의 적발 내용이 발표된 지난 3일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그는 "불산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버스 지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이미 반도체 공장 등에서 산업재해로 추정되는 60여명의 사망자를 낸 삼성이, 그동안 피해 보상 논의 등을 기피해온 전력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조현장의 유독물 누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일 경북 구미 LG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질산 초산 불산이 혼합된 혼산 약60ℓ가 누출됐다.

다행히 혼산 누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어지는 유독물 누출 사고는 다수의 인명 피해를 동반할 대형 재난을 예고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 그지없다.

작년 9월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을 시작으로 지난 1월 충북 청주 ㈜지디, 경북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경기 화성 삼성전자 등 유독물 누출 사고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안전 불감증의 결과다.

법에 규정된 유독물 판매·사용·운반·저장하는 업체는 전국에 6800곳이 있다.

그럼에도 안전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삼성전자 화성 공장의 경우, 매년 수천t의 불산을 쓰면서도 유독물 관리 직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대기업부터 안전 불감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제조업 전체로 확산돼 유독물 누출사고 도미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본 기고/칼럼은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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