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 대한 분석이나 취임식과 관련된 행사스케치 등은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주요 기사로 다루던 것이니까 큰 차별이 없지만 첫 여성대통령이라서 그런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이나 의상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매우 높았다.
특히 취임식 당일 국립현충원 참배와 국회의사당 취임식, 광화문 광장에서의 축하공연, 세종문화회관 축하연, 청와대 공식만찬 등 5차례 공식행사에서 모두 다른 의상을 입으면서 다양한 해석들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두고 ''패션정치''라며 의미를 부여하기에 바빴고 패션전문가나 스타일리스트들은 대통령의 패션정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패션정치''는 정부조직법이 표류하고 있고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대한 비공개 등으로 불통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인 정책이나 내용보다는 외부에 비쳐지는 이미지에 주력하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패션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긴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다른 시급한 문제들을 외면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언론들은 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에 의미를 부여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보도가 많긴 많았던 것 같은데?
= 그렇다. 지난 25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패션정치''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각 언론에 보도된 제목만 나열을 해 보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날 4色 패션의 의미는?", "정장에서 한복까지…대통령 취임 패션에 담긴 뜻은?" "박근혜 대통령 `기품 있는 패션`"<박근혜정부 출범> 朴대통령 3색 ''패션 정치''" "패션도 정치? 박근혜 대통령 어떤 옷 입었나" "패션으로 보는 ''박근혜 스타일''" "朴대통령 하루 5벌 패션정치… 잘 안하던 목걸이-귀걸이도" "[박근혜 대통령 취임] 朴대통령 ''5色 패션 정치''" "취임식 날 ''''패션 정치'''' 눈길" 등등이다.
구글에서 ''박근혜 패션''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하니까 13,500,000건이었고 ''박근혜 대통령 패션''으로 검색을 하니 8,870,000여 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하면 7,490,000건으로 나오니까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보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청와대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자료를 내거나 그러지 않았지만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정치''에 대해 패션전문가나 스타일리스트를 의견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 그렇다. 첫 여성대통령이고 취임식 당일에만 다섯 차례나 옷을 바꿔 입었으니까 언론에서 그만큼 주목하게 됐을 것이다.
행사의 취지에 맞게 의상을 바꿔 입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고 언론들이 앞장서서 해석을 하면서 주목도를 더 높이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타조 가죽 소재의 가방을 들고 나타났는데 시중에서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브로치를 하고 나타나면 그 제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여성정치인이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신발을 신느냐는 대중의 관심거리다. 그래서 칠레의 바첼레트 대통령이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취임 이후 ''의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패션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경우 취임식 날 입은 드레스나 코트 벨트 구두를 낱낱이 공개하며 두 딸의 패션까지 기사화될 정도다. 대통령의 패션 여성정치인의 패션이 유행을 선도하거나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패션 뿐만 아니라 취임식 축하행사에 사용된 와인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취임식 축하연 공식건배주로 경북 청도의 ''감와인''이 선택됐고 청와대 공식 만찬에는 호주산 와인 ''울프 블라스 골드 라벨 샤도네이''와 미국산 ''파 니엔떼 카버네 소비뇽''이 사용됐는데 백화점에는 이들 와인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패션정치''를 계속 해 오지 않았나?
= 그동안 꾸준히 그런 평가를 받아왔다. 위기의 상황이나 전환시점에 패션이나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2004년 3월 당 대표로 취임한 박 전 대표는 탄핵역풍 속에서 제17대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기간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올린 머리 스타일과 1960년대 식 의상으로 복고풍 향수를 자극했다. 2005년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과정에서 옷차림과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식으로 자신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할 때 바지 정장 차림으로 참석을 했는데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전투복''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이끌었는데 이때부터 의상이 점차 밝아지고 화려해졌는데 2006년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상 정치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17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 즈음 인터넷 언론사가 재미있는 분석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지금은 이 기사가 해당언론사 사이트에서 삭제됐지만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당시 보도를 보면 2004년 3월 23일부터 2006년 12월 31일까지 3년여에 걸쳐 박 대통령이 몇 벌의 의상을 입었는지를 조사를 했는데 약 3년간 133벌의 각기 다른 정장을 입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3년간 133벌의 정장은 연예인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인들에게 패션은 ''전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고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패션을 통해 표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오늘 주제를 "언론들은 왜 ''박근혜의 패션''에 의미를 부여하나?"로 정한 이유는?
= 앞에서 설명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날 5가지 의상을 선보였고 그동안 나름대로 ''패션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언론으로서는 당연히 관심을 갖고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패션정치''에 대한 의미 부여가 과하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취임식이니까 쓸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언론에서 패션사진을 보도한 건 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정상적인 정부출범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패션정치''를 나열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어떤 신문을 보니 1면에서부터 광고에까지 대통령의 사진이 18개에서 19개나 나오더라"며 "언론의 보도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물론 패션이나 표정이 사회에 시그널을 주는 것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울림이 있어야 한다"면서 "언론이 본래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패션정치에 대한 언론보도는 (정치의) 본질을 외면하고 변죽을 울리는 것"이라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뭘 해도 포장하고 도와준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대통령이 ''어떤 옷을 입었다'', ''어떤 신발을 신었다'',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다''는 뉴스가 주요뉴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의 주제를 "언론들은 왜 ''박근혜의 패션''에 의미를 부여하나?"로 정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패션정치''와 관련된 언론의 지나친 의미부여에 대해 두 가지로 분석을 한다.
김창룡 교수는 "언론들이 알아서 보도하는 문제점이 있고, 청와대나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보도할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 그렇다. 언론이 알아서 하는 경우는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잔칫날이니까 비판적 보도를 자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취임식 날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보도를 할 내용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부재가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했지만 정부조직법은 표류하고 있고 장관들은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는데다 청와대 비서진 인선은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청와대나 정부 정치권에서 다양한 정보가 흘러나오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유독 그 언로가 막혀있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은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가신그룹이 있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동지나 동반자가 있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동업자라도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주종관계만 있다"며 "청와대 관저에는 진돗개 두 마리만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성국 박사는 "정보가 없는 건 측근들이 (박 대통령이) 겁이 나서 말을 못하거나 실제로 정보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으로 임명된 사람들이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나 정치부 기자들이 다양한 통로로 취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대변인이 공식브리핑을 통해서 전달하는 내용만 보도하라는 식이다.
2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부 첫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는데 윤창중 대변인의 브리핑은 딱 다섯 문장이었다. 브리핑 내용도 박 대통령이 1시간 10분 동안 회의를 주재했고,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각 수석들이 돌아가면서 보고를 했고, 앞으로 주 3회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매일 일일상황 점검회의를 연다는 것이었다.
점심시간 직전인 11시 50분에 브리핑을 시작해 3분간 브리핑을 했는데 8분전에 브리핑이 예고됐다. 비록 회의 시작 전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공개되긴 했지만 이걸 브리핑이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정말 걱정이다.
▶ 왜 그런 것이냐?
=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정부의 사유화, 정당의 비서화, 언론의 관보화''라고 정리했다.
''박근혜 정부''로 부르기로 했지만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를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는 절대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과 정부조직법 협상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의지라고 규정을 짓고 나면 1획 1점도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거수기 정당'' 보다 못한 ''비서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고 언론들은 본말이 전도된 해석에 여념이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정치가 실종됐다"거나 "이명박 정권보다 더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는 ''철통보안''을 자랑하고 있는데 국가의 안위나 국익에 꼭 필요한 기밀이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것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촉새가 나불거려서……."라는 언급을 했는데 그 이후 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보안의식은 아주 철저해져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언론에서 보도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협상의 표류, 검찰총장 후보자 3명이 추천됐지만 20일이 지나도록 임명이 되지 않고 있는 문제, 헌법재판소장이 공석인 상태 등등 보도할 거리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언론의 속성상 매일 비슷한 상황만 보도하기는 어렵다. 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이다 보니 인사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와대 비서관 인사는 아예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이 참석한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도 의례적인 내용만 브리핑을 하고 있으니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깜깜한 실정이다.
그러니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정치''에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변죽을 울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패션정치''로 불리는 이미지 정치가 국민들에게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이철희 소장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쇼''를 봤으니까 아무리 그렇게 해도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