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이어 김병관 국방·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철저한 인사검증으로 맞불을 놔 박근혜정부의 출범을 일주일 앞두고 여야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활발하게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부처 장관 후보자를 인선하자 "야당에게 백기를 들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 아직 직제에도 없는 장관을 내정한 것은 "협상력을 완전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고 박 원내대표는 밝혔다.
변재일 정책위의장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발표한 것은 국회 입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도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국회 고유 권한"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장관 내정자를 발표해 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이한구·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갖기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도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이미 장관 후보자를 모두 발표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봉쇄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를 두고 "박근혜 당선인의 압박성 돌직구"라고 표현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이처럼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안 고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면서 밀어부치자 민주당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3차 각료 인선에 대한 비판보다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정밀 검증과 경고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사회 지도층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위화감이 최소화된다"며 국정수행능력과 함께 도덕성을 "균형있게 짚어 보겠다"고 예고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우리 군과 정부를 상대로 이권을 챙기는 외국계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며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부적격"이라고 봤다.
안 의원은 "군은 특성상 도덕적 기준이 서지 않으면 63만 대군을 지휘할 능력이 없다"며 "청문회 전에 자진사퇴하는 것이 박근혜정부와 우리 군에 대한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병역과 재산 상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가 처음에는 근시로, 두번째는 디스크로 사유를 바꿔가며 단기사병으로 병역을 마쳤고, 공직에서 물러난 2008년 뒤 약 7억원 정도에 이르는 수입을 올린 점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기춘 원내대표는 "국방·법무장관 내정자는 자진사퇴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여야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벼락치기 인선 발표에 따라 우리가 몰아치기 청문회를 할 수는 없다"며 "충분한 검증기간 갖고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의 3차 각료 인선 강행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더욱 꼬이는데다 인사검증까지 더해지면서 박근혜정부의 출범이 처음부터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