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살인,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유족 "형제 어머니는 아직도 무서워 밖에 못 나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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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날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다 흉기에 찔려 숨진 A형제의 유가족들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경찰 브리핑 내용에 대해 "피해자가 범행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얘기하는 부분에는 수긍할 수 없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CBS 취재진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해당 아파트 단지를 찾아 유족들을 만났다.

유족 B 씨는 "형제 어머니는 이번 사건으로 거의 실신 상태이고 형제 아버지도 평소 몸이 불편한데다 이번에 충격을 받아 인지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며 "형제 어머니에게 들은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B 씨는 "형제 어머니를 포함해 유족들이 가장 참을 수 없는 부분은 ''층간 소음''으로 인해 형제들이 아랫집 사람하고 멱살을 잡고 같이 싸운 것인 양 비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의 말과 경찰 조사를 종합해보면 사건이 일어난 9일 오후, 명절을 맞아 부모님 댁을 찾은 형제는 실제로 층간 소음 문제에는 직접 관련이 없었다.


아이가 뛰는 소리가 들리자 피의자 김모(45) 씨의 내연녀가 인터폰으로 위층에 항의했고 이후 내연녀가 위층으로 직접 올라가 시끄럽다고 항의할 때 김 씨도 함께 올라갔다. 내연녀와 김 씨는 형제의 부모와 한차례 말다툼을 벌이고 다시 내려왔다.

B 씨는 "아래층 사람도 소리를 지르고 형제 아버지도 맞대응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형제 어머니는 계속 죄송하다고 했다"며 "형제들은 뒤에서 보고 있다가 부모님이 싸우니까 말리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김 씨는 주차해둔 차량에 평소 가지고 다니던 흉기를 들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형제를 아파트 화단으로 불러낸 뒤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B 씨는 "형제들은 처음에 아래층 사람과 말다툼을 하지도 않았다"며 "아래층 사람이 시비조로 아버지를 밖으로 나오라고 하니까 ''아버지 가지마세요. 제가 나갈게요'' 하면서 따라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 씨는 "형제 어머니는 아들들을 찌른 범인 얼굴도 잘 모른다"면서 "''층간 소음''이 심하고 또 자주 일어난 일이었으면 아래층 사람이니까 얼굴이라도 알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욱''하는 화를 참지 못한 것과 대화와 소통이 부족한 현 사회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섞여 발생한 것"이라며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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