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후보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현직 검사인 아들이 군면제를 받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아들이 현역병 입영 대상인 1급을 받았다가 4년 뒤 허리디스크로 재검을 신청해 군대에 가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이 확산되자 제2의 김용준 사태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 우준 씨는 대학 2학년때인 1997년 4월에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입대를 두 차례 연기했다가 대학원 졸업을 앞둔 2001년 11월에 허리디스크로 5급을 받아 군면제를 받았다.
정 후보자측은 아들이 군면제를 받을 당시 광주지검장으로 재직중이었고, 고위 공직자의 병역사항을 신고하도록 하는 법도 이 때에 만들어지는 등 허위로 병역 면제를 받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허리디스크에 의한 군면제를 입증할 수 있는 병적기록표와 병사용진단서, 병원 의무기록사본도 제출했다. 이 자료들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의 군면제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우선, 디스크 발생 사유다.
대학원 재학중에 각종 실험 장비를 다루면서 허리에 무리가 발생하던 차에 여름 휴가철에 휴가를 다녀왔는데 차량 정체로 장시간 휴식없이 운전을 하게 된 것이 원인이 됐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한 변호사는 "차라리 고시 공부를 하느라고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하는 게 나을 뻔 했다"고 정 후보자 측의 해명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허리디스크에 걸리게 된 시기도 오비이락격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대학원을 마치는 2002년에는 군대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2002년을 불과 두 달 앞둔 2001년 10월 30일에 민간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어서 8일만에 병무청 재검으로 군면제를 받았다.
정 후보자 측은 면제 판정 당시 신체등위판정심위위원 전원 합의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심의위원 구성상 신경외과징병전담의사의 의견이 절대적일 수 있다.
하필이면 군면제 사유가 한 때 병역 비리의 단골 메뉴였던 디스크라는 점도 정 후보자 아들의 군면제를 흔쾌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병적기록표나 진단서 등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병역 면제 과정에 대해 김용준 전 후보자 때처럼 마냥 의문을 제기하기는 힘들다.
정 후보자의 재산이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변호사 활동이라는 사정을 감안하고 이에 따른 세금 납부를 제대로 냈다면 문제 삼는 자체가 발목잡기가 될 수 있다.
부인이 한 때 경남 김해에 소규모나마 땅을 보유하게 된 것도 상속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과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데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민병두 의원의 지적처럼 정 후보자가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쌓기 보다는 검사 재직 30년이 대부분의 경력이기 때문에 행정부를 통할하는 책임총리로 적절하냐는 지적이 후보 지명 순간부터 제기됐다.
정 후보자가 의정부 법조비리사건을 담당하면서 사법부 권위를 존중한다며 징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전력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민정부 시절 옛 안기부의 북풍사건 수사 경력은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대선국면에서 국정원 댓글녀 사건에 대한 정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지렛대로 이용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