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은 28일 오후 1시42분께 경기도청에 사고 발생 신고를 했다.
그러나 실제 사고 발생 징후를 인지한 시점은 27일 오후 1시22분, 누출 사고로 입원한 협력업체 직원인 박명석씨(35)가 병원에서 숨진 뒤였다.
그것도 변사자 발생을 인지한 경찰이 삼성 측에 경위파악을 하자 마지못해 신고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불산 누출 사고를 당하고도 만 하루를 쉬쉬한 삼성으로서는 사고 늑장 대처와 은폐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삼성 측은 "(불산 배관 교체) 작업 중에 누출된 화학물질로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28일 오후 2시40분께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며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의성실과는 담을 싼 무책임한 변명이다.
더욱이 공장 측은 사고 발생 직후, 기본 수칙이라 할 현장 노동자에 대한 대피 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놓았다 10시간 지나서야 수리에 나섰다.
또 협력업체 직원의 통증 호소를 무시하는 바람에 숨진 박씨 외에도 4명의 화상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마디로 삼성의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여실히 입증된 것이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사고 과정을 통해 삼성의 노동자 인명 경시 풍토가 또 한 번 여실히 증명했다는 점이다.
불산을 비롯해 각종 독극물을 쓰는 반도체 공장에선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씨를 비롯, 작년 폐출혈로 숨진 고(故) 윤슬기씨(LCD 공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작업장에서만 56명이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자궁경부암, 피부암 등으로 숨지는 등 전체 산업재해 피해자가 16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까지도 이들에 대한 산재 인정을 기피해 왔다.
그러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유가족과 지원단체인 반올림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하자 돌연 태도를 바꿔, 최근 반올림 측과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대화하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 LED-TV 등 초일류 상품으로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의 하나다.
그러나 기본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구태를 버리지 않는 한 세계 초일류기업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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