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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기능조정을 둘러싸고 부처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통상기능을 몽땅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겨준 반면 농림수산식품부는 바라던 대로 식품기능을 사수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부처들이 새정권 실세나 국회의원, 인수위원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편 흔적도 포착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는 22일 정부부처 세부 기능조정안과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수산기능만 빠지고 나머지 기능은 모두 남게 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농림축산부는 농업, 임업 축산업 기능에다 식품기능까지 보유하게 됐다. 수산기능은 해양수산부로 내줬다.
당초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되면서 농림부의 식품관련 기능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식품기능의 농림부 잔료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농림부가 식품기능을 뺏길 경우 부의 규모와 위상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해 농림수산과 식품기능이 한 부서에 있어야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인수위원회를 적극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각 부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나온 뒤 부서의 기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 정부 실세와 여당,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전을 폈으며 농림수산식품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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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능을 뺏길 판이 되자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21일 급히 국회로 새정부의 핵심실세로 꼽히는 A의원실을 찾아 민원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A의원은 "정부조직개편은 공무원 조직이 자기부처 이기주의로 풀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식품 부분 등 미세조정은 좀 지켜보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부처 안팎에서는 금방 뺏길 것 같던 식품기능이 농림부 잔류로 결정되자 전체부서가 나섰던 농림부도 농림부지만 실세가 누군지 참 대단하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
반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표 때 허를 찔렸던 외교통상부는 전체 통상기능의 산업자원통상부 이전이 확정되자 초상집 분위기다.
인수위가 통상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통상교섭본부의 통상교섭, 통상교섭 총괄조정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해 사실상 외교기능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한국이 다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식경제부에서 160개 해외공관 중 절반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도 나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이 생각을 바꿀리도 없고 국회에서 외교부를 도와줄 의원도 소수여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정부조직법 발표 이후 장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동안 순혈주의와 우월주의를 고수해온 폐쇄적인 부서문화 탓에 지원세력이 전무할 정도로 고립무원의 처지였고 당선인의 생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존의 산업과 자원기능에다 통상기능까지 얻게된 지식경제부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희색이다. 비록 전국적 조직을 가진 거대기업인 우정사업본부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내주긴 했으나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산통부가 거대부처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이명박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