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서씨 아내
지난달 노조탄압 중단과 158억 손해배상 철회 등을 요구하며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최강서씨를 추모하는 희망버스 집회가 5일 오후 8시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시작된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에서 다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2011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서울, 경기, 경북 등 전국에서 버스 37대를 나눠타고 참가한 2천여 명은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장을 방문해 행사를 벌인 뒤 부산을 찾았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 진선미 의원, 통합진보당 민병렬 대변인,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 심상정 의원 등 야권 인사 10여 명도 참가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고 최강서씨가 유서에 ''민주노조 사수, 158억원 손배가압류 철회''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간 사측의 손해배상소송은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에 나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최강서씨의 죽음이)원통해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일생을 박정희 독재정권 타도를 외쳐왔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 민중들의 눈물을 모른다. 그의 죽음은 박근혜 당선인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고 최강서씨 아내 이선화(38)씨는 "남편이 정리해고된 뒤 2년간 이어진 투쟁으로 힘들어했는데 재취업한 지 3시간 만에 다시 무기한 휴직을 통보하고 절망으로 내몬 한진중공업이 원망스럽다"면서 "하지만 남편의 죽음을 생활고로 몰아가는 허위광고를 신문에 낸 사측을 보고는 남편의 분노와 분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원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도 냉동고에 있는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며 "민주노총으로 돌아오라는 남편이 남긴 말이 무슨말인지 몰랐는데, 뒤늦게 이렇게 아픈 마음을 잡고 부탁드린다. 제발 돌아와 남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달라. 하루빨리 남편의 장례를 치를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냉동실에 너를 눕혀놓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 우리는 이 겨울이 참 춥다. 네가 출근했던 문앞은 봉쇄됐고, 그 앞에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이력서에 붙은 사진은 영정이 되고, 다시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며 눈물을 삼키며 추모사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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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도위원은 "유신 때도 군사독재 때도 우리는 싸웠다.그것이 역사이고 동자"라며 "목숨을 건 철탑 농성을 기만하고 죽음마저 외면하는 그들과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 앞에 마련된 분향소와 영도구민장례식장을 차례로 들러 조문했다.
민주노총과 각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비상시국회의는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다시 희망버스 행사를 연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등으로 구성된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위원회''는 정치인, 일반인 등 1만7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3일 부산지법에 한진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낸 158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한진중공업 사측은 신문광고를 내고 손해배상소송액 158억원은 2010년부터 계속된 파업으로 인한 재산·금전상 손해액이며 조합 간부 등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배소와 형사고소·고발은 합의한 대로 모두 취하했다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