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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8대 대선부터 선거 사상 첫 선상 투표가 이뤄진 가운데 선거 당일 투표를 하지 못하는 여건에 놓인 화물 노동자들은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 투표시간 연장에 한낱 기대를 걸었던 아르바이트생,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차 운전자 최동성(40)씨는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도 투표를 못 할 처지에 놓였다.
전국의 주요 공장 등이 임시 공휴일을 지키지 않고 계속 운영을 하다 보니 화물을 옮겨야 할 일이 투표 당일 생겼기 때문이다.
19일 새벽쯤, 부산신항에서 컨테이너 2개를 싣고 밤새 달려 인천의 한 철강공장과 영종도의 면세점에 짐을 실어나르면 약 오후 3시.
아무리 서둘러도 투표시간인 오후 6시 이전에 부산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여서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포기하게 됐다.
최 씨는 "부재자 투표를 하고 싶어도 당일 화물 하역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사실상 투표를 할 수 있는지는 운에 맡기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부터 선상 투표도 이뤄지고 있는데, 부산지역의 화물차 운전자 2천여 명 가운데 약 50~60% 등 전국에 있는 화물 노동자들의 절반 넘게 매번 투표에 반강제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 조금만 고민하면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을 텐데 이같은 현실이 갑갑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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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유수경(20.여)씨는 거리에 투표 독려 캠페인을 볼 때마다 씁쓸하기만 하다.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딱 투표시간과 맞물려 일을 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도 투표를 하지 못하기 됐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등록금에 원룸비, 취업 걱정까지.
자신의 첫 참정권을 꼭 행사하고 싶지만, 아무리 수를 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유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현금을 만지고,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해서 당일 2~3시간 정도 대신 가게를 봐줄 대타 친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번에 투표시간이 연장되면 마음 편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었는데, 결국 무산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투표를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A 금속 비정규직 경리로 일하는 김유진(35)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시공휴일이라고 하지만, 입사 8년 동안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마다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김 씨는 "선거 당일 납품 등 처리할 일이 많아서 8시까지 출근인데, 아이들을 어린이집 보내고 서둘러 출근하려면 새벽 시간에 도저히 투표를 할 짬이 안난다"면서 "경기가 어려워서 휴일 없이 직원들 모두가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하게 출근 시간을 늦춰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투표시간이 1~2시간 만이라도 늘어나면 문제없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속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불규칙적으로 일하는 화물 노동자 새벽부터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영세업체 비정규직 직원 등은 이번 대선때 업무시간과 투표시간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투표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 종사자들도 일을 끝내자마자 고단한 몸을 이끌고 투표장으로 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야권과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 투표시간 연장 법안 마련을 계속 요구했지만 이마저 무산되면서 이들의 투표권 행사는 더 어렵게 됐다.
민주노총에서는 투표시간 연장 불발로 투표를 못 하게 된 유권자들이 500~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 모두의 축제가 되기 위해 대선 법정공휴일 지정, 투표시간 연장 도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