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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배구 초반 판도를 좌우할 최고의 빅매치가 펼쳐진다. 5년 연속 챔피언 삼성화재와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LIG손해보험(이하 LIG)의 한판 승부다.
6일 오후 7시, LIG의 홈인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맞대결은 시즌 전체의 패권을 가늠할 중요한 승부다. 리그 순위 싸움을 선도할 팀이 어디가 될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부의 관건은 두 팀의 외국인 선수 대결이다.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용병 싸움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두 팀은 나란히 올 시즌을 앞두고 ''쿠바산 폭격기''를 장착했다. LIG는 쿠바 국가대표 출신 까메호(26, 207cm)를, 삼성화재는 쿠바 청소년대표 출신 레오(22, 205cm)를 영입했다.
까메호와 레오의 격돌은 ''포스트 가빈''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기도 하다. 3시즌 동안 V리그를 주름잡았던 가빈(전 삼성화재)이 러시아 리그로 떠난 가운데 리그를 장악할 괴물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싸움이다. 한 마디로 올 시즌 배구 판도를 가늠할 충돌인 것이다.
▲''자신만만'' 레오 "예전엔 까메호가 우위…지금은 모른다"먼저 국내 팬들에서 선을 보인 것은 레오다. 레오는 지난 3일 올 시즌 KEPCO와 홈 개막전에서 충격적인 V리그 데뷔 무대를 치렀다. 무려 51점을 쏟아부으며 역대 남자부 한 경기 최다 득점 5위의 기록을 썼다. 최고 365cm의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고공 강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4개의 범실을 쏟아내긴 했지만 71.42%의 순도 높은 공격 성공률로 팀의 에이스로 단숨에 자리잡았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레오가 가빈 이상으로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감독은 입단 당시 무명에 불과했던 선수들을 리그 최고 공격수로 길러낸 인물. 원조 괴물 안젤코(현 KEPCO)와 가빈이 신감독의 작품이다. 그런 신감독의 칭찬을 받은 만큼 첫 경기부터 엄청난 화력을 뽐낸 레오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레오
까메호와 맞대결을 앞두고도 자신만만하다. 사실 레오에게 까메호의 존재는 까마득하다. 같은 쿠바 출신이지만 까메호는 엄연히 국가대표를 지냈고, 레오는 주니어 대표팀을 거쳤을 뿐이다. 두 선수는 쿠바에서 같은 배구학교를 다녔는데 레오는 "당시에는 까메호가 나보다 우위에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까메호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다. 레오는 6일 맞대결을 앞두고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둘 중에 누가 더 나을지 모른다"면서 "까메호와 한번 붙어보고 싶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 MVP의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까메호 "우승 위해 왔다"…세터와 호흡이 관건까메호 역시 데뷔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만큼 그동안 언론에서도 까메호를 주목해왔다. 대한항공과 연습 경기 등을 통해 예열도 이미 마쳤다.
특히 레오와 비슷한 체형과 플레이 스타일이라 더욱 접전이 예상된다. 207cm, 92kg의 까메호는 205cm, 84kg의 레오보다 체격적인 면에서 근소하게 앞선다. 까메호 역시 흑인 특유의 탄력을 이용한 높은 타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세터 출신이라 볼 처리 능력과 배구 센스까지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아직 대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삼성화재-KEPCO전을 지켜본 LIG 전력분석관은 "기본기와 높이에서는 까메호가 레오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거물 용병의 자존심도 대단하다. 까메호는 시즌 전 인터뷰에서 가빈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가빈과 비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 대충 뛰러 온 게 아니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다만 LIG 세터와 호흡이 관건이다. 이효동과 김영래 등 세터들이 얼마나 까메호의 입맛에 맞게 높고 빠른 토스를 올려줄지가 중요하다. LIG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세터 유광우가 가빈과 뛰어서 레오에게 알맞은 토스를 올렸다"면서 "까메호도 세터와 호흡만 맞으면 공격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동시에 V리그 무대를 밟은 ''쿠바산 폭격기'' 까메호와 레오, 어떤 선수가 팀을 승리로 이끌어 ''검은 가빈''의 칭호를 얻을 수 있을지 배구 팬들의 이목이 구미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