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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6일 고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을 기점으로 이른바 ''과거사 수렁''에서 탈출하고 비전 발표 등을 통해 ''미래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중도층 외연확대보다는 보수층 지지층결집에 비중을 둔 ''선거전략''이 지지율을 정체시킬 뿐 아니라 선거운동을 위한 당의 ''조직역량''까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박 후보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인 1~3% 안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추석 이후 지지율 이 정체 상태다.
정수장학회 강탈 논란과 관련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과거사 2차 위기''가 왔지만 박 후보는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고 고 박 대통령 추도식이 있었던 26일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좋겠다"고 과거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상일 대변인은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화합해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고,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경제주체가 동반성장, 동반행복시대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선언만으로 ''과연 과거사 문제가 마무리되겠느냐''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는 가운데 최근 김종인-안대희 등 중도층 겨냥 영입인사들의 활동 위축, 선진통일당과의 합당, 색깔론으로 비칠 수 있는 야권 네거티브 공격 등 당이 우클릭 경향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여기에 이 문제적 선거전략조차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따라온다. 내부 조직역량이 선거전략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후보가 제시한 미래 행보를 실질적으로 차근차근 밟아 표로 만드는 선대위의 손발, 즉 새누리당 조직들이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의원들이 ''자기 일처럼'' 선거운동을 할 동기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12월 대통령 선거에 앞서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진 만큼 "이미 배지를 단(국회의원 당선) 사람들 입장에선 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그렇게 절실한 것이 아니다(당 고위관계자)."
상황이 이런데도 고압적인 하달식 명령체계가 일선 조직들의 의욕을 더 꺾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병수 사무처장은 최근 당협위원장에게 일일 상황보고를 지시하면서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사진 보고'', 목표 지지율을 어떻게 잡았고 실제 진행상황이 어떤지 ''엑셀 보고'' 등을 지시해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당원 숫자를 늘리라는 지시도 함께 내려왔다.
이에 대해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정권이 재창출되기를 바라는 일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감시하듯 지시를 내리니까 하려던 것도 하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2,000원 내는 당원을 1만 원 내는 당원으로 바꾸는 것이 표를 늘리는 데 무슨 소용이 있냐"고 답답해했다.
48개 지역구 가운데 16개만 현역 의원인 서울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미 확보된 표라고도 할 수 있는 ''강남벨트''를 제외하면, 새누리당 지역구는 이재오, 김용태 등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의원들이 터를 잡고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총선공천에 대한 박 후보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 처지지만, 이때 공천에서 떨어졌던 18대 의원 등 경쟁자들에 비해 조직세가 미미하다.
선대위 조직이 공천 탈락으로 현 새누리당 체제에 ''이를 갈고'' 있을 이들 낙천자들을 기존 당 조직과는 별개 라인으로 영입하면서, 원외 당협위원장과 총선 공천 탈락자 간 내부 경쟁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여기에 이달 12일 중앙선대위 발족 전까지 당과 캠프 간 유기적 지휘체계가 없어 일선 조직들이 "오더(명령)가 여러 곳에서 와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많았다.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등장해 ''엔지니어''역할을 하면서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 대선후보가 정해진 시점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동기가 부족한 상황이고, 박 후보의 비전과 행보를 공유할 만한 체계도 부족하다보니 손발이 머리를 못 따라가 하달식, 성과우선식 명령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대선이 가까워오고 정권재창출의 필요성을 관계자들이 체감하다 보면 조금씩 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