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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조성하는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비범한 재주를 지녔다. 작품 얘기를 하다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니 기자가 인생 상담을 하고 있는 식이었는데, 뒤늦은 자각에도 특별히 쑥스럽다는 느낌을 안겨주지 않았다. 마치 클래식음악의 선율처럼 차분하면서도 진지했지만 결코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매력이었다.
흥미롭게도 조성하는 연기에서도 이런 편안함을 추구했다. 편안한 연기라니 왠지 심심하지 않나. 조성하는 영화 ''비정한 도시'' 개봉을 앞두고 노컷뉴스와 만나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자극적인 느낌으로 해석하지 않은 것이 자신과 다른 배우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악역을 연기할 때도 평범하게 풀어갔다"며 "영화 ''황해''뿐만 아니라 초기작 ''거미숲''의 방송국 최국장도 그렇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여직원을 쉽게 건드리는, 구린내 나는 기성세대의 표본 같은 인물이었는데 마치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 사람 좋아 보이는 느낌으로 표현했다."
덕분에 악역을 연기하고도 착한 역할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얻었다. 2년 뒤 거미숲을 눈여겨본 드라마 ''황진이''의 김철규 감독이 극중 하지원의 음악적 스승 엄수 역에 캐스팅한 것.
조성하는 "출발이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는 지적이고 중후한 인물이 많이 들어온다"며 "사극에서는 정조도 하고 현대극에서는 재벌2세도 했다. 드라마 ''로맨스타운''에서는 사채업을 하는 깡패였지만 따뜻하고 위트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에서는 ''황해''의 악역부터 ''화차''의 동물적 감각의 전직형사 그리고 개봉을 앞둔 ''비정한 도시''의 소시민 택시운전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넘나들고 있다.
조성하는 "그 인물이 선이건 악이건 편하게 내 옆에 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며 거듭 편안함을 강조했다. 또한 "상대방을 잘 배려하는 것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연기관을 밝혔다.
"배우란 사람을 이야기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늘 사람 옆에 있어야하고 사람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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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는 앞서 ''1박2일''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특유의 편안함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방송에 나온 모습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며 "예능 나가서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다른 출연진과 소통하면 되지 않겠냐. 괜히 웃기려고 노력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벌써 결혼 18년차에 두 딸을 둔 그는 자신이 부드러워진 이유로 아내를 꼽기도 했다. 그는 "집사람 자체가 내가 큰소리치면 깜짝 놀라는 성격이라 목소리 톤이 더 부드러워지지 않았나"고 분석했다. 또한 "애교 많은 두 딸을 키우다보니 더욱 부드러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바보는 여자에게 센 척하는 남자"라고 덧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거다. 돈도 못 버는 연극배우가 29살에 결혼했으니까.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느라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특히 큰 딸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하고 있다.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조성하는 "딸이 영화 ''집행자''를 본 날 아빠가 그런 연기를 할 줄 몰랐다, 대박이라고 하더라"며 내심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난 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실수투성이었는데, 딸을 좀 더 좋은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덧붙였다.
조성하는 25일 개봉하는 비정한 도시에서 뺑소니를 친 택시운전사를 연기했다. 자신의 뺑소니를 목격한 인물이자 아내의 병원비가 필요한 김대우(김석훈)에게 협박당하자 엉겁결에 여자를 납치하게 되는 역할이다.
조성하는 "평범한 소시민인데 의외의 사건을 통해 급작스럽게 변하게 되는 인물"이라며 "이전 작품과 달리 감정의 기복이 많이 드러난다"고 귀띔했다.
조성하는 현재 최승현 주연의 ''동창생'', 공유 주연의 ''용의자''에도 합류했다. 특히 용의자는 내년 여름 기대작 중 한편으로 손꼽힌다.
조성하는 "극중 공유를 잡아야하는 국정원 직원을 연기한다"며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 움직이니까 악역인 셈"이라고 전했다. 아마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서 더욱 현실감 나는 조성하표 악역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