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버스가 서울시 재정을 위협하는 중대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서울시에서 적자를 보전해준 금액은 올해말로 2조 원을 넘어선다. 버스체계 개편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은 난관에 부딪친 가운데 서울시가 자체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해보인다. CBS 노컷뉴스는 네 차례에 걸쳐 서울시내 버스의 적자 현황과 원인, 대책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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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서울시 행정 1부시장이 지난 해말 서울연구원(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버스준공영제의 문제점에 대해 연구를 하라고 지시한 뒤 연구원에서 먼저 들여다본 것은 실시협약서였다. 협약서에 근거해 적자보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로부터 협약서를 받아본 연구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달랑 두 페이지짜리 문건을 팩스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방대한 분량으로 예상했던 연구위원들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문제가 됐던 9호선의 경우만 해도 실시협약서가 11장 104조 100페이지에 걸쳐 수익률, 운임, 협약의 중도해지 사유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협약서의 내용은 연구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노선입찰제 시행시 기존 업체에 대한 기득권 보장 등 버스업체에 유리한 내용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개항으로 구성된 협약서는 1항에서 ''10개 주간선노선축에 대한 입찰제 시행''과 관련해 서울버스업체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노선입찰에 대한 면허는 한정면허로 하되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연장한다"고 규정해 기간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노선입찰제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이 조항으로 인해 2010년 6월에 종료된 6년 계약의 경쟁입찰 계약은 재입찰 공고없이 기존업체의 단순한 3년 계약 연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4개 업체가 17개 노선에서 참여하고 있는 간선노선 입찰제는 무늬만 입찰제에 불과하다.
협약서는 또 2항에 재정지원에 관한 내용을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및 조례로 규정하도록 하고, 수입금이 적자인 경우에도 운송비용 및 사업적정 이윤을 보장하도록 했다.
"잉여 차량에 대해서는 적정액을 보상한다"고 한 3항은 현재 감차시 서울시가 대당 4천500만원을 지급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협약서 내용이 버스업계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반영한데 대해 2004년 당시 협약서 작성에 관여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조합측이 요구해온 10개 조항을 협의를 거쳐 줄인 것으로 협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버스준공영제 도입 자체가 무산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버스준공영제 협약서는 9호선 협약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자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업계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업체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스준공영제 도입 당시 황금노선 13개를 보유한 업체들은 준공영제에 마지막까지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에 대해선 카드제나 버스중앙차로 운행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협박하거나 적정 이윤 보장 등의 회유를 통해 준공영제에 참여시켰다는게 당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준공영제 시행 8년이 지나 서울시의 재정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협약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연구원 안기정 박사는 "버스준공영제에서 필요한 개선안들을 시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협약서가 개정돼야 하고, 개정 협약서에는 감차제도 관련 조항, 매년 재협약 의무 등이 상세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