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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의 첫 사극 도전으로 관심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13일 개봉. 황성운 비운의 폭군일까 아니면 개혁 군주일까. 광해와 천민 하선이란 인물 설정을 통해 역사속 인물 광해군을 아주 슬기롭게 옮겨 왔다. 표면상 광해와 하선, 1인 2역이지만 사실상 한 인물이기도 하다. 왕 노릇을 하는 천민 하선이 차츰차츰 성군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잠시 잊고 있었던 포악한 광해가 꿈꾸던 왕의 모습이다.
신진아 한 네티즌이 광해는 폭군이 아니라고 항의메일도 보냈더라. 광해란 역사적 인물을 꼼꼼한 고증을 통해 재현한 것은 아니다. 광해군 재위 시절 실제로 사라진 15일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상상력으로 채워넣었다. 추창민 감독 또한 역사적 재현보다는 "우리가 꿈꾸는 왕의 모습을 제시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황성운 이병헌의 첫 사극, 1인 2역에 관심이 집중됐다. 진지함과 코믹함 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병헌은 왜 그가 할리우드에서도 통하는지 몸소 증명했다. "뒤죽박죽 찍어 감정 잡기가 어려웠다"곤 하지만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병헌의 연기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신진아 이병헌 연기의 종합선물세트다. 독살위기에 신경이 곤두선 광해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보는 순간 "아, 이병헌이 연기 좀 할 모양"이라는 느낌이 팍 왔다. 반면 하선의 등장은 기대보다 임팩트가 약했지만 보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이명진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다른 사람처럼 말과 행동을 표현 하다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황성운 "개그 본능에 꿈틀거린다"는 그의 말처럼 코믹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뽐냈다. 카리스마가 그의 전부가 아니었다. 초반에 천정에 이마를 박잖아. 두번이나. 그게 이병헌 아이디어였다고.
신진아 아니 저런 걸로도 웃기네 싶었다. 기발했고 그 장면을 시작으로 광해의 웃음보따리가 터지기 시작한다. 좀 진지한 사극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코미디가 강했다.
황성운 난 오히려 좀 더 가벼울줄 알았는데 정사를 펼치는 진지한 장면이 많아서 놀랐다. 전체적으로 광대였던 하선이 왕으로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재미를 제대로 찾아냈다. 억지스럽지 않고, 상황에 꼭 맞아 떨어진다. 그렇다고 스크린 전체에 타고 흐르는 진지한 분위기를 해치지도 않았다. 그 위험한 적정선을 깔끔하게 잘 탔다.
신진아 중간에 별다른 사건 없이 이병헌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면서 놀면놀면 간다는 인상도 든다. 그래도 뭐 웃기고 유쾌하니까 용서된달까. 난 하선이 마치 준비된 왕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성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조금 튄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병헌이 연기력으로 웬만큼 다 커버하더라.
황성운 주연 배우들과의 호흡도 뛰어나다. 하선을 왕의 자리에 앉힌 허균 역의 류승룡, 도가니의 추악한 교장선생에서 푸근하고 따뜻한 멘토 조내관으로 돌아온 장광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장광은 따뜻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내시의 표본을 바꿔놓았다. 하선과 허균, 하선과 조내관, 하선과 도부장(김인권), 하선과 사월(심은경), 하선과 중전(한효주) 등 영화 속 주요 인물 관계도는 각기 다른 색깔과 매력을 갖췄다.
신진아 그러고보니 그들간의 관계가 다 재밌네. 특히 하선과 조내관이 인상적이었다. 조내관은 하선이 정사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두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도 흥미롭다.
이명진 하선이 조내관에게 진짜 남성의 상징이 없냐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눈짓으로 표하자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장면, 진짜 좋았다.
신진아 이병헌의 그런 친근한 모습, 또 어수룩한 모습이 광해의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난 언론시사회 말고 최근 오픈한 CGV여의도에서 이병헌 팬들과 함께 봤는데 그들이 이병헌의 그런 모습에 자지러지더라. 나 역시도 한류스타가, 월드스타인 그가 낮은 자세로 넉살 떠는 모습에서 묘한 재미를 느꼈다. 바지를 훌러덩 벗고 신하들 앞에서 똥을 누는 모습이라니. 이병헌의 화장실(?) 몸개그는 대박이었다.
이명진 매화틀은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나왔는데 또 나와도 재밌더라.
신진아 ''후궁''은 법도에 따라 의식을 치르듯 하는 왕의 합궁에 대해 알려줬는데 두 영화는 과거 왕들이 어떻게 용변을 봤는지 소개했다.
황성운 광해의 정치적 메시지는 현 우리 사회에 잘 맞아떨어진다. 그렇다고 영화가 다루고 있는 정치적인 견해 또는 방향이 특별하진 않다. 정쟁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어찌보면 누구나 생각할 법한 정답같은 이야기다. 물론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크다. 그러기에 하선의 행위는 얼핏 판타지에 가깝다.
신진아 그래서 결국 왕은 정치를 아는(?) 광해의 몫이다. 누가 지도자가 되더라도 통치의 기본자세를 잃지말라는게 감독의 바람이고 우리 모두의 바람아닐까. 치고 빠지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알면서도 좀 맥빠졌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 같아서.
황성운 얼핏 ''왕노릇''하는 하선의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럼 아내를 버릴까요''란 일화가 하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상황 등에서 유사한 점이 느껴진다. 또 이병헌 말로는 여성관객들은 하선과 중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안타까워한다더라.
이명진 정말이지 광해는 너무도 명쾌하고 정확하게 진한 감동과 웃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