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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백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미운오리새끼를 데려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 아직 미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곽경택 감독이 자전적 군대이야기를 그려 ''제2의 친구''로 주목받고 있는 ''미운오리새끼''. 무엇보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서 자신의 멘티였던 신인들을 전격 기용해 만든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치적 격동기였던 1987년을 무대로 한 점이 상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미운오리새끼는 투자가 원활치 않아 지인들의 십시일반으로 어렵게 완성됐다. 올해 초 친한 형인 부송엔터테인먼트의 김재호 대표가 도움의 손길을 보태지 않았다면 개봉조차 불투명했을 정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초심이 시너지를 발휘한 걸까? 미운오리새끼는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최근 노컷뉴스와 만난 곽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신인 같지 않다는 칭찬에 "제일 기분 좋은 말"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우울증 초기단계까지 갔다"고 토로했다. 30일 개봉.
초심으로 찍은 10번째 영화다.기적의 오디션 심사위원을 하면서 초심을 떠올리게 됐다. 영화 자체는 5년 전에 기획했는데 투자가 안돼서 접어뒀던거다. 그러다 멘티들을 만났는데 배역이 떠오르면서 잘맞는거다. 때마침 (금천구) 군부대 하나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으로 넘어갔다. 세트를 지으려면 최소 10억 원은 있어야 하는데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이냐. 다만 부대가 너무 엉망이라 원상복구하는게 일이었다.
주인공 낙만은 감독이 모델인가? 나와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을 합쳐놓은 것이다. 18개월 방위였고 함께 복무했다. 원래 영화화를 제안한 사람도 강헌이었다. (시나리오를) 함께 쓰자면서 본인이 제작비 구해온다고 했는데 하나도 못구했다. 나도 못구했고.(웃음) 내가 이발병으로 입대해 사진병과 영창 경계병을 섰다. 중대장 귀를 자르는 에피소드도 대상만 달라졌지 실제 내 경험담이다. 취사병이 그 귀조각을 닭모이로 줬다. 강헌은 (헌병대장을 상대하는) 바둑병이었고. 똥은 힘을 합쳐서 함께 펐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실제라고 들었다.
폭력적인 교관을 보다못해 구타한 죄로 영창에 들어온 행자도 실제 인물이다. 또 권하사처럼 미모의 여군이 헌병대에 근무했었다. 신인 정예진이 연기한 동네 바보 혜림은 원래는 멍길이라고 뚱뚱한 남자애였다. 50원 주면 고추 보여준다고 했다.(웃음)
낙만의 아버지도 모델이 있나?강헌 선배의 이야기다. 진짜 총명하고 잘생기고 지적인 선배인데 어느 날 갑자기 끌려갔다 나온 뒤로 정신이 나갔다고 하더라.
낙만이 한 집회현장에서 동네바보를 우연히 만나잖나. 연사가 고 노무현 대통령 맞나?맞다. 목소리만 넣었다. 대학시절 의대연합집회에 갔었는데 당시 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연사로 왔었다(곽 감독은 의대를 자퇴했다). 그때 그분의 열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육성은 인터넷에서 구해서 음질이 좋지 않다. 노무현재단의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 당시 멍길이가 극중 혜림처럼 집회에 놀러왔었다. 연사가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라고 외치면 멍길이가 "뭐라카노"라면서 끼어들어 웃음을 자아냈던 기억이 있다.
한때 150억 원의 예산을 책임지던 블록버스터 감독이었는데 이번에 몇억이 없어서 개봉을 못할 뻔했다.
감독만 하면 빚이 없었을텐데 제작을 해서 가진게 빚밖에 없게 됐다.(웃음) 특히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몇달 전에는 우연히 길거리를 가다가 쇼윈도에 비친 내모습을 보고 유령인가 싶더라. 원래 나란 사람은 없는데 그냥 유령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상한 놈이아닐까, 그게 우울증 초기단계라고 하더라.
그래도 내공있는 감독아닌가. ''친구''로 흥행감독이 되기 전까지 두 작품 말아먹었다.(웃음)그 날이 바닥이었던 것 같다. 내공 덕분인지 문득 내가 감방가는 것도 아니고,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은 상황이 아니라 본인 의지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돈이 많을 때도 불편했다. 달라는 사람이 많았으니까.(웃음) 영화도 마찬가지다. 적은 제작비의 영화가 주는 자유가 있다. 큰 제작비의 영화는 간섭이 많다.
시쳇말로 미운오리새끼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곽감독을 평생 스승으로 모시겠다.무슨. 나도 감사한다. 서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