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준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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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개봉 6일 만에 3백만 관중을 훌쩍 넘어섰다. 영화 ''도둑들''은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영화 중 개봉 첫날 43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기록을 세웠고 개봉3일 만에 100만, 4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
방학과 여름휴가 시즌인데다 수입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경쟁을 벌이면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인기몰이의 배경은 드라마 ''해품달''의 김수현과 김혜수, 전지현, 김윤석과 이정재 등 유명 인기배우들을 대량 투입한 물량공세와 1000개를 넘나드는 스크린 점유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미는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낮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영화 ''도둑들'' 왜 돌풍을 일으킬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보셨나?= 봤다. 30일 오후 5시쯤 극장을 찾았는데 맨 앞자리 몇 좌석을 제외하고는 이미 예매가 끝난 상황이었다.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관객은 주로 젊은 층이나 30~40대의 주부들이 많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둑들''은 25일 개봉 이후 30일까지 3,358,37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월요일인 어제 하루만 491,542명이 관람을 했으니까 엄청난 관객몰이다. 지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도 4일 만에 2백만 관객을 돌파하고 6일 만에 3백만(3,003,009명)을 돌파했지만 이 보다도 더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영화계에서는 2009년 영화 ''해운대'' 이후 3년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둑들'' 제목을 보니 요즘 시대상황과 비슷한 것 같은데?= 저도 그런 상상을 하고 영화를 봤다. 정권 말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대통령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그런 상황을 빗댄 영화가 아닌가? 그래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봤다. 유명 인기배우들을 무더기로 캐스팅한 것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영화는 제목대로 그냥 ''도둑들''의 얘기였다. 10명의 도둑들이 마카오에서 2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일 따름이었다.
▶영화를 본 소감은?
=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점은 "재미있다." 그렇지만 "별로 기억에 남거나 심금을 울리는 뭔가는 없다"는 것이었다. 영화에는 전문가도 아니고 전문가적 시각도 없는 솔직한 평가는 "왜 이 영화가 이렇게 돌풍을 일으키지?"라는 의문이었다.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소문듣고 왔는데 재미 있다"거나 "재미는 있는데 내용이 별 개 없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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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영화 ''도둑들''이 왜 돌풍을 일으키는 거냐?= 몇 가지 요소가 갖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도 궁금해서 영화평론가와 제작사 대표 등에게 물어봤다. 이 영화를 제작한 최동훈 감독의 부인이면서 제작사 대표를 맡고 있는 안수현PD는 "사실 좋긴 하지만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좋은 배우, 멋진 연기, 새로운 캐릭터가 즐거움을 줬던 것 같고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큰 스케일의 영화와 예측이 어려운 구성 등에 관객들이 재미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완성도는 5점 정도로 보통이지만 연기파 배우와 인기파 배우를 망라한 초호화 캐스팅과 다양한 볼거리,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계절적으로도 여름방학과 휴가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도 영화 흥행에 한 몫을 했다. 극장은 우선 시원하기 때문에 피서지의 역할도 한다. 그래서 영화계에서는 여름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휴가철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영화보다는 웃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뜨는 것이다.
여기에 개봉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평을 듣는다. 안수현 대표는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비슷하게 개봉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서로 윈윈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지난해 여름에 비해 관객이 2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연가시''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경쟁을 벌이면서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제목도 한 몫을 하는 건 아닌가?= 그 점도 중요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도둑들''이라는 영화 제목은 순수한 ''도둑들'' 이야기이기 때문이지만 시대상황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고 여기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안수현 대표는 "영화 제목을 두고 고민을 하다 10명의 캐릭터 그들의 직업 "도둑들" 그 자체를 쉽게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단순명료하게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영화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실화를 바탕에 둔 게 아니라 범죄 장르에 충실한 영화다"면서 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목을 정할 때 그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일종의 풍자로 보는 관객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괴물''도 사회적인 괴물을 연상 할 수도 있고, ''도둑들''을 보면서 ''큰 도둑들''을 연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둑들''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나 메시지를 받는가 하는 건 관객의 몫이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그러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를 지녔다면 ''도둑들''이라는 제목을 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메시지는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 보다는 "은밀히 숨겨져 있을 때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량공세 때문이다''는 이런 평도 있던데?= 개봉 6일 만에 관객 3백만 명을 돌파하는 힘은 물량공세를 제외하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개봉영화관 스크린은 대략 3천 2백 개에서 3백 개 사이다. 그런데 도둑들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60%이상을 점유한다. 스크린을 장악해 관객들이 개봉영화를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이냐 하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개봉 4일 만에 2백만 명을 돌파했는데 4일째인 22일 1,210개의 스크린을 점유했고 관객 722,064명을 동원해 매출 점유율이 65.1%에 이르렀다. ''도둑들''도 4일째인 28일 1,073개의 스크린을 점유해 관객 759,613명을 동원했고 매출 점유율 54.2%였다.
지난 주말 28일과 29일 양일간 통계를 보면 28일 영화 도둑들은 1,073개 스크린을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796개 스크린을 각각 점유했고 29일에는 도둑들이 1,071개 스크린을 다크 나이트가 791개 스크린을 점유했는데 매출 점유율은 더 심해서 두 영화가 28일에는 각각 54.2%와 26%, 29일에는 각각 54.9%와 24.7%로 80%를 차지했다.
나름대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영화는 28일 30개 29일 29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상영 횟수는 더 심해서 도둑들은 28일 5,376회 상영된데 비해 미드나잇 인 파리는 52회 상영됐다. 백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김봉석 평론가는 "잘나가는 개봉영화들이 스크린을 대거 점거하면서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개봉영화가 스크린에서 한 달 견디기가 힘들다"며 "일주일을 못 간 영화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물량공세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고 이런 단기간 승부는 영화의 투기성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천만 관객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아직은 미지수인 것 같다. 다만 추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과 천만 명은 힘들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영화제작사에서도 4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데 천만 관객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잘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꺾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물량공세로 1주일 내 승부를 보는 경향 때문에 초반에 뜨는 수가 있다"며 "영화의 성공여부는 2주일 정도 가다가 꺾일 수도 있고 2~3주 내에 5~6백만 명을 동원하면서 4,50대 관객을 끌어들일 경우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라고 전망했다.
화려한 톱스타들이 줄줄이 나오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거나 옷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한 느낌을 준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으므로 천만관객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재미나 톱스타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점, 김혜수와 전지현의 맞대결과 김수현의 첫 영화라는 화제성 때문에 천 만 관객 돌파를 기대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2009년 영화 ''해운대'' 이후 3년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