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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이후 한국, 일본 추월"…6월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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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 "시민사회의 힘이 한국의 소중한 자원"

1987년 7월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 운집한 인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 시위현장에 나섰던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머리에 직격으로 맞고 사경을 헤멘다.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으로 들끓던 여론은 "이한열을 살려내라"며 폭발했고, 다음날부터 전국에서 수 십만 명의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해 6월 26일에는 전국에서 130여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의 절정을 이뤘고 결국 전두환 정권은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비롯한 민주화 조치를 약속한다.

◇"시민사회가 한국 민주주의 강점"

"연락망도 없고 조직화되지도 않았던 시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저력".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조지 카치아피카스(George Katsiaficas, 미국 웬트워스공대) 교수는 이것이야 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비공식적인 소통망(Informal network of communication)이야 말로 한국의 시민사회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고, 한국이 갖고 있는 큰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의 민주항쟁 역사에 관해 깊이있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이 가진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전통에 주목했다.

카치아피카스는 전통적 한국사회에는 강한 시민사회가 없었다는 유럽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1700년대 조선시대에는 전국에 600여개의 서원이 있었고 이는 중국보다도 많은 것"이라며 "이들 서원은 지역에 추종자를 거느린 특정 학자에 집중돼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고 시민사회의 중간기구 역할을 했다"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했다.

또 한국의 시민사회적 전통은 과거 동학농민운동부터, 3.1운동, 4.19 혁명, 광주민주항쟁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고,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또한 이런 전통이 반영된 것이라고 카치아피카스는 해석했다.

특히 6월 항쟁을 통해서는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일본을 앞지르게 되었다는 평가도 내렸다.

◇한국 민주주의가 일본의 그것보다 강한 이유는..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미국 학자인 챌머스 존슨(Chalmers johnson)의 말을 인용해 "한국인들은 일본처럼 외국의 정복세력(맥아더)이나 대만에서처럼 엘리트 계층이 안겨준 것이 아니라 직접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했기 때문에 앞의 두 나라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

 

그는 또 지난 2008년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 고문은 당시 카치아피카스 교수에게 "6월 항쟁 이전에는 한국인들이 일본인에 비해 열등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동등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한국의 민주화는 국민들이 쟁취했기 때문에 맥아더의 독재를 통해 얻은 일본 민주주의 보다 깊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폭력집단으로 변질되지 않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민중봉기처럼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은 점도 호평했다

카치아피카스는 "유교적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관대함(Gentleness)이 낳은 결과"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국 시민사회의 관대함과 존엄성을 쟁취하기 위한 지난 20세기의 투쟁은 세계를 더 관대하고 참여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카치아피카스는 "어제의 진보가 내일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한국이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고 진단했다.

"평화보다 국가안보를 더 중시하는 국가 관료들에 저항하고 끊임없이 더 많은 부를 탐하는 부자들을 제지하지 않는다면 자유는 축소되고 번영을 사라질 것입니다 … 비록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고, 세계 경제권력이 한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정치권력은 한국인의 손에 있습니다. 의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한국인들은 21세기에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카치아피카스 교수가 한국인들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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