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운영요원과 승강이하는 관람객. 이런 모습은 이미 일상화돼 버렸다.
여수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여성 도우미의 뺨을 때리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추태가 도를 넘고 있다. 아쿠아리움 물고기들도 관람객들의 괴롭힘을 못견디고 줄줄이 폐사하고 있다.
평일에도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인기관, 한화 아쿠아리움. 이곳 직원들에게 관람객들의 폭언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술을 마신 노인들이 손녀뻘인 여성 도우미들에게 "주둥이 다물어. 이X년들아! 너같은 X때문에 여기 엑스포가 망하는 거라. 이 멍청한 X들아!"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정강이를 발로 차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채를 잡고 심지어 뺨까지 때린다.
관람객 11만여 명이 몰린 지난달 27일에는 만취 관람객이 붉은색 안내 줄을 연결하는 철제 봉을 한 여성 도우미에게 던져 팔을 다쳤다. 한 여성 도우미는 술에 취한 한 관람객이 던진 플라스틱 입장권에 눈을 맞아 핏줄이 터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기다리는 게 화가 난 50여 명의 노인들은 아쿠아리움 입구를 막고 한 시간동안 아무도 아쿠아리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추태를 부렸다. 이들은 이후 합세한 3백여 명의 관람객들과 함께 조직위로 달려가 조직위 1층 건물을 점거한 채 환불을 요구하는 소란을 피우기에 이른다. 아쿠아리움 직원들은 이날을 5.27 대란이라고 부른다.
이같은 관람객들의 폭언과 폭행은 날마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 때문에 여성도우미나 자원봉사자들은 매일같이 우는 것은 물론 일을 중간에 포기하고 있다.
아쿠아리움 개장 초기에는 60여 명의 여성도우미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10여 명이 그만 뒀고, 이들의 자리는 남성 보완 요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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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한 관람객들의 행동은 아쿠아리움 바다 생물들의 죽음을 부르고 있다. 많은 물고기들이 관람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받아 먹거나 카메라 플래시, 소음 등으로 인해 줄줄이 폐사하고 있다.
아쿠아리움 이희중 홍보팀장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라고 아무리 안내를 해도 터트리는 바람에 정어리 등 많은 물고기들의 눈이 부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개장 초기 개방돼 있던 아쿠라이움 4층 오픈 수조는 지금은 개방되지 않는다. 뚜껑이 열린 수조로 관람객들이 동전과 음식, 팜플릿 등을 마구 던지는 바람에 오염이 심각해졌다.
특히 멸종위기 고래인 벨루가는 그 성격상 물위로 던지는 물체는 다 받아 먹어 큰 문제가 됐다. 결국 4층 열린 수조는 엑스포 개장 초기 폐쇄됐고, 그만큼 관람객들의 아쿠아리움 동선도 짧아지게 돼 버렸다.
아쿠아리움 뿐만 아니라 박람회장 곳곳에서는 관람객들의 추태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한 관람객은 박람회장 입구에서 입장이 지연되자, 마시던 맥주 캔을 땅바닥에 내리쳤다. 묵묵히 이를 줍고있는 고개를 숙인 한 운영위원의 머리에 이 관람객은 또다시 맥주캔을 또다시 던졌다.
술에 취한 한 관람객은 박람회장 밖에서 버려져 못쓰게 된 입장권을 주워 박람회장 입장을 시도하다 여성 도우미가 입장할 수 없다고 말하자, 도우미의 뺨을 때렸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빅-오쇼 하늘데크 관람석은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안전요원을 밀치고 밀려 들어가는 관람객들에게 안전요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했던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처럼 무질서한 관람객들에게 맞고 찢기고 밟히다 결국 지난달 27일 전시관 사전예약제를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