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가 어때] 조여정 김동욱 김민준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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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 밀도있는 연출

ㅎㅎ

 

후궁은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고,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 광기의 정사(政事)를 그린 에로틱 궁중 사극. ''번지 점프를 하다'', ''혈의 누'' 등을 연출한 김대승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조여정 김동욱 김민준이 주연했다.  

배우들의 용기와 희생 돋보인 베드신 

신진아 ''간기남''을 필두로 ''은교'' ''돈의 맛'' 그리고 ''후궁''까지 올 상반기 배우들의 파격노출이 예고됐던 화제작이다. 흥미로운 점은 간기남을 제하고 나머지 세 영화 모두 노출수위는 강한데 베드신이 선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후궁도 마찬가지다. 굳이 따지면 후궁이 노출수위가 가장 세고 또 가장 많다.

황성운 아마 단순히 베드신과 노출에 흥미를 갖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다소 어리둥절할 것 같다. 그만큼 베드신을 품은 광기의 드라마가 더욱 돋보이는 영화다. 이는 ''방자전''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인 조여정이 다시 한 번 파격노출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인다. 사실 베드신 자체는 조여정-김민준, 조여정-김동욱, 김동욱-조은지, 김동욱-중전 등 여러 차례 나온다.

신진아 야하지 않은 이유는 베드신이 감정신이라서 그런 것 같다. 배우들의 몸을 훔쳐보기보다 그들의 표정을 보게 되는 이유다. 특히 김동욱은 캐릭터를 위해 아예 복근을 없앴다고 한다. 그의 몸은 지워지고 그의 감정만 기억된다.

황성운 진짜 각 베드신마다 각기 다른 감정이 지배한다. 때론 사랑의 감정으로, 때론 분노와 광기에 휩싸인 감정으로 정사신을 소화한다. 광기의 정사 속에 펼쳐지는 애욕의 정사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신진아 충무로 베드신의 진화랄까. 베드신에 대한 배우들의 달라진 태도 덕분이다. 특히 후궁은 감독 말대로 배우들의 용기와 희생이 돋보였다. 김동욱이 홧김에 조여정의 몸종인 조은지와 하는 베드신의 경우 광기에 휩싸인 그가 조여정과 김민준의 베드신을 환영처럼 본다. 이를 위해 조여정과 김민준이 주저 없이 벗고 연기를 펼쳤다. 김동욱의 감정신을 위한 동료 배우들의 희생이라 할만하다.

황성운 마지막 정사신도 인상적이다. 조여정은 이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뒤태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단지 벗는 것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조여정은 또한 후궁의 반전 열쇠다. 청순과 표독, 비련과 농염을 넘나들며 자신이 왜 방자전에 이어 또 다시노출이 불가피한 후궁을 선택했는지를 증명한다.  

밀도 높은 드라마, 배우들의 열연…이완 없는 긴장은 다소 부담

신진아 베드신 얘기로만 꽃을 피웠는데 사실 후궁은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밀도 높은 드라마가 관람 포인트다.

황성운 맞다. 후궁의 매력은 배우들의 노출과 베드신이 아니라 광기로 가득한 궁내 인물들의 권력 암투에 있다. 에로틱 궁중 사극을 표방했으나 이보다는 절대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물들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중심이다. 사랑을 위해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는 성원대군(김동욱),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움켜쥐려 하는 대비(박지영), 사랑하는 여인을 뺏기고 복수심에 가득한 권유(김민준) 그리고 원치 않게 후궁이 돼 숨 막히는 암투 속에서 생존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화연(조여정) 등 네 인물들의 감정대립이 압권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들의 대립은 숨이 막힐 정도다.

신진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보고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다. 보통 관객을 고려해 휴식을 주는 캐릭터를 배치해 숨통을 트여주기 마련인데 후궁은 감독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등을 위해 뚝심 있게 달려간다. 그래서 모든 것이 밀도 있게 꽉 차있다는 느낌이다.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황성운 배우들의 열연도 볼거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김동욱이다. 영화 속 성원대군의 모습에서 이전 김동욱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가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한 집착과 광기는 놀랄 정도다. 분노에 가득한 조은지와의 베드신도 인상적이다.

신진아 김동욱의 재발견이다.

황성운 대비 박지영 등 영화 속 탄탄한 조연들의 연기와 화려한 의상 및 소품 등으로 섬세한 연출을 더해 한층 볼거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완성도 있게 잘 빠졌다.

신진아 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신작인데 연출력이 녹슬지 않았더라. 다만 이야기 자체가 매우 새롭다거나 주제가 신선하다는 느낌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 독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든지, 권력과 욕망에 눈먼 인간의 모습 등 흔히 다뤄온 얘기들이다. 하지만 감독의 힘 있는 연출로 궁이란 공간의 광기가 절절히 전해졌다. 조금만 약한 마음을 먹으면 잡아먹히고 마는 무서운 세상에서 각자의 이유로 몸부림치는 각 인물들의 감정도 잘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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