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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정지우 감독 "박해일을 사랑한다, 고로 분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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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시인 역할 맡긴 명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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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함께 작업한 남자 배우 중) 박해일을 가장 사랑한다. 사랑하니까 했다." 

정지우 감독의 박해일에 대한 애정은 꾸밈없이 솔직했다. ''은교'' 개봉을 앞두고 노컷뉴스와 만난 정 감독은 하루 8시간 분장 등 물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젊은 배우 박해일에게 노인 분장을 시켜 함께 작업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박해일, 영민함과 지혜로움 겸비했다" 

"영화 초기에는 송종희 분장감독이 물었다. "왜 박해일을 분장시켜야 하나". 지금도 박해일과 작업한 이유를 다양한 각도로 물어본다. 그때도 지금도 내 대답은 같다. "사랑하니까." 그게 맞다." 

영화 ''대부3''에서 나이 든 알 파치노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도 언급했다. 그는 "실제로 젊은 시절의 알 파치노가 결혼식에서 춤추는 장면이었는데 매우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며 "늙어감이 서글프구나, 저렇게 빛나는 순간도 있었는데, 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2인 1역을 했다면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교''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이적요는 딱 한번 젊은 시절의 모습이 등장한다. 어느 여름 소녀 은교의 다리를 베고 누워 헤나문신을 받는 장면으로 이적요는 순간 달콤한 환상에 빠져든다. 그리고 눈부시게 웃고 있는 은교의 뒤를 있는 힘껏 뒤쫓고 있는 자신의 청춘과 마주한다. 

정 감독은 "그때의 미세한 표정연기를 담기 위해서라도 박해일을 분장시켜야 했다"며 "이건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빌어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일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걸까? 정 감독은 "정말로 영민함과 지혜로움이 있는 배우"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눈앞의 이익에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코앞에 온 불이익과 불편함에도 더 큰 틀에서 그것을 감내하거나 이해해준다. 저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제가 배울 때가 있다"고 찬양(?)했다. 

박해일의 진가는 이번 영화 촬영에서도 드러났다. 신인 김고은도 앞서 밝혔지만 박해일은 노인 분장을 한 채 카메라 밖에서 김고은의 시선을 맞춰주며 하루를 다 보내기도 했다.

정 감독은 "보통은 연출부가 그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박해일은 그걸 다 받아줬다. 박해일 뿐만 아니라 김무열 김고은 모두가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세 배우에게 감사했다.  

"은교의 정사신 이유, 중요했다" 

''은교''는 소녀의 싱그러운 젊음과 관능에 매혹당한 위대한 시인 이적요(박해일 분)와 스승의 재능을 존경하면서도 질투하는 패기 넘치는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 그리고 위대한 시인의 세계를 동경한 열일곱 소녀 은교(김고은 분)의 치밀한 감정드라마가 아름다우면서도 섬세한 영상을 통해 표현된다.

특히 원작에서는 ''이적요의 노트''와 ''서지우의 일기''를 통해 소녀 은교의 모습이 그려진 반면 정 감독은 원작을 해체해 다시 재구성하면서 은교의 드라마를 두 남자와 동등하게 살렸다.  

정 감독은 "나이 든 두 남자 사이에 미성년자가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그 아이가 대상화되지 않기를 바랐다. 또한 은교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밝힐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70대 노인이 17세 소녀의 육체를 훑어보는 시선은 여성 관객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거슬리거나 추한 느낌이 전혀 없다. 여성 캐릭터를 독립된 자아를 가진 존재로 그려온 정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은교의 내면을 설명하기 위해 원작에 없는 대사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바로 서지우와 정사를 하면서 내뱉는 "왜 여고생이 남자와 자는 줄 알아요?"와 이적요에게 하는 "내가 그렇게 예쁜 아이인줄 몰랐어요"이다.

원작에서는 은교가 왜 서지우가 자는지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 감독은 은교의 마음을 들려준다. 후자의 대사 또한 영화를 보고 나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내 안에 여성성, 인정한다"  

정 감독은 미세한 표정이나 몸짓으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고 시공간의 공기까지 포착해내는 섬세한 연출이 장기다. 감독의 성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 

"혹시 전생에 여자였냐?"고 다소 짓궂게 묻자 정 감독은 "제가 생물학적으로는 아닌데, 정서적으로는 여성성이 좀 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그는 "매우 소중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두 번째 영화 ''사랑니''를 보면 지금보다 젊었을 때도 여자의 관점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은 있었더라. 그리고 정말 멋진 남자한테 매혹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지막 서지우와 은교의 정사신에서도 무열 씨의 몸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다비드 상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매혹됐다. 한편으로는 소설가치고 몸이 너무 좋아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랬더니 무열 씨가 상당히 망가뜨린 몸이라고 말해 우리들의 공분을 샀다.(웃음)" 청소년관람불가,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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