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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로비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양재 복합물류단지 개발사업(양재 파이시티)의 용도변경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앞서 소관 부서인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복합물류단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시설 변경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퇴임을 50일 앞두고 이뤄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CBS가 23일, 2005년 11월과 12월에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 회의록을 열람한 결과 양재동 화물터미널의 대규모 점포로의 세부시설 변경은 일부 심의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하면서 밀어부친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2005년 11월 24일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회의 당시 도시계획국은 양재동 화물터미널을 대규모 점포를 포함한 유통업무설비로 세부시설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유통업무설비를 대규모 점포로 세부시설 변경하는 것은 경미한 사안"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한 심의위원은 "형식적으로는 경미한 사안일지 모르지만 엄청난 사안"이라며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심의할 것을 주장했고, 다른 한 심의위원은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세부시설 변경은 같은 해 12월 7일 2차 자문회의를 거쳐 2006년 5월 11일 변경 결정이 이뤄졌다.
이명박 당시 시장이 퇴임하기 50일 전의 일이다.
이어 업무시설 비율을 결정하기 위해 2008년 8월 20일에 열린 13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선 파이시티 측이 건축심의를 신청하면서 유통업무설비에 들어설 수 없는 ''업무시설''을 부대시설로 포함시킨데 대해 이를 규칙상 허용되는 ''사무소''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일부 심의위원들은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상 업무시설은 유통업무시설에 설치할 수 있는 부대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특히 한 심의위원은 "도시계획상의 용어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계획국은 보고에서 역시 "경미한 사안"이라며 "도시계획심의위가 심의하면 가능하다.건축법령상 (부대시설에 포함된)사무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오세훈 시장은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따지는 민주당 김성곤 의원의 질문에 "부대시설의 종류중 하나인 사무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업무시설을 부대시설로 허용하는 조건으로 의결됐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들조차 복합유통센터 건립을 위한 세부시설 변경과정과 부대시설 허용 과정 등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 한 고위관계자는 "화물터미널에 다른 물류터미널이나 점포, 창고 같은 걸 건설하게 해서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세부시설변경을 결정해줬다는 것 자체가 의아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세부시설변경이나 인허가 과정에 대해) 관련자 조사 등을 위해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