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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산토리공장 가보니…''맥주맛도 장인정신도'' 프리미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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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맛·향 우수, 국내서도 점차 애호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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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일 오전 일본 교토의 산토리 맥주공장을 찾았다.

교토 분지의 가장자리쯤에 위치한 산토리 공장이 준 첫 인상은 깨끗함 그 자체였다. 구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은 어디를 가나 잘 정돈되고 깨끗하지만 산토리 공장은 그 이상이었다. 시각적인 청결도 그렇지만 그 깨끗함 속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산토리 특유의 장인정신이 스며있는 것 같다.

짧은 주류 제조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산토리는 맥주의 본가인 필스너, 램빅 등 유럽 맥주들과 견줘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색과 맛 향이 뛰어나다. 프리미엄급 맥주가 생산되지 않는 국내에서도 점차 애호가가 늘어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 프리미엄 맥주 산토리 나홀로 호황

일본에서는 2004년을 기점으로 전체 맥주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유독 산토리 만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4년 판매량이 2~30만 케이스(1Case=12.66L)에 불과했지만 2006년 600만, 2008년 1100만, 2010년 1400만 지난해 1500만 케이스로 가파른 신장세를 보여준다. 시장이 산토리를 찾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 세계의 맥주는 비교적 정형화된 주조법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맛에도 아주 큰 차이는 없다. 때문에 맛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는 데는 적지 않은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다.

산토리는 두 가지에 착안했다. 하나는 우수한 재료 다른 한 가지는 차별화된 제조법이었다. 맥주의 주요 재료는 물과 보리 그리고 홉이다. 산토리는 일체의 물리적 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연수를 사용하고 보리도 싹이 균일하게 튼 것만 골라 사용한다.

특히 쓴맛과 향을 내는 재료인 홉은 전량 유럽에서 공수해온다. 산토리 관계자는 "주로 독일 할러타우산과 체코 사즈종 홉을 사용하는데 약 100개의 현지 농장에서 엄선한 홉 가운데 당사 직원이 직접 관능평가를 거쳐 통과된 것만 재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몰츠''는 제조탱크에서 맥즙을 2번 끓이고 향을 내는 홉을 첨가하는 시점도 타사와 달리하는 방법으로 고유의 독특한 맛을 낸다. 차별화된 제조법을 통해 생산된 산토리 맥주는 다른 맥주에 비해 쓴 맛이 강하고 그 맛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카츠미 오시타 블루마스터는 "맥주에 진한 맛을 내는 비터홉과 부드러운 맛과 향을 내는 아로마홉을 사용해 뒷맛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 꼭 죄는 쓴 맛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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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리 맛의 비결은 재료·제조법·장인정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최고급 맥주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라는 것이 산토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의 개발자 야마모토 류조는 30여년 전 독일 필스너 맥주를 모델로 세계 최고의 맥주 개발에 도전한다.

10년간의 연구끝에 제품을 출시했지만 일천한 역사와 뒤쳐진 기술력 때문에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산토리 경영진은 그의 열정에 꾸준한 신뢰를 보냈다. 야마모토 류조는 "필스너를 통해 세계 최고의 맥주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은 것이 프리미엄 몰츠 탄생의 시발"이라고 설명했다.

이자와 이치로 양조기사장은 "좀 더 맛있게, 좀 더 맛있게라는 신념 아래 끝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야마모토가 만든 프리미엄 몰츠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고를 향한 열정이 맥주 불모지 아시아에서 프리미엄 맥주가 탄생한 비결인 셈이다.

한국에도 프리미엄급 맥주가 없는 것은 아니다. OB에서 생산하는 골든라거 등 몇몇 종류의 맥주가 있긴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외국의 우수 브랜드의 사례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산토리와는 좀 다르다. 기술적 한계와 시장에서의 실패 가능성도 맥주회사들이 선뜻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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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엔 프리미엄 맥주가 없다, 왜?

OB맥주 이호림 사장은 2일 교토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왜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맥주가 생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 자동차 회사가 벤틀리를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제약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OB도 나름대로 성장전략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맥주생산 1위인 OB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일본 등 30여개 국에 맥주를 수출하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는 곳은 몽골(카스) 단 1곳 밖에 없다. 하지만 카스의 강점과 한류열풍을 연계해 나간다면 동남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OB의 판단이다.

이 사장은 "풍부한 정통맥주를 표방하는 OB골든라거의 실적을 바탕으로 맛 좋은 맥주 생산능력을 높인다면 향후 4~5년 후에는 동남아지역으로의 자체 브랜드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류회사들이 매년 시장점유율 신장이란 단기 목표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려는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단기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려할 때 토종 프리미엄 맥주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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