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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실존하지 않은 인물을 성공사례로 내세워 창업 희망자를 모집한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무점포창업 지사를 모집하면서 허위ㆍ과장광고를 한 태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미용용품 도매업체 큐큐에프엔씨에는 과징금 1천700만원을 부과했다.
태성은 도넛 등 제과류 도매업체로 창업자를 모집한다는 신문광고로 점포창업자들을 끌어 모았다. 사람들은 890만원의 자본으로 20여개 도넛 매장을 운영하게 된 50대 여성 이 모씨의 사례를 소개받고 의욕적으로 도전했다. 그러나 이 씨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큐큐에프앤씨는 천만 원 투자로 매달 순이익만 700만 원 이상은 거뜬하다는 대전의 이 모씨를 내세워 광고했으나 이 모씨 역시 가공인물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업자가 본사에 일정금액을 내면 본사가 위탁판매점을 섭외해주고 물건을 판매하게 하는 샵인샵(shop-in-shop) 형태의 무점포창업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 엄마 친구 아들, 아는 형…모두 ''홍길동''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도 가공의 인물인 경우 많다. 부모들이 자기 자녀 흉을 보기 보다는 허물을 덮어주려고 이것 저것 알아서 잘한다고 자랑하다보면 점점 가공의 인물로 바뀐다. 때로는 자식 자랑에서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며 마구 과대포장해 이야기 한 것이 빙 돌다보면 엄청난 엄친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아는 형''도 가공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나쁜 짓 하다 잡힌 아이들에게 왜 이런 짓을 했냐고 물으면 상당수는 ''아는 형''이 시켰다고 한다. ''아는 형''이 누구냐 물으면 게임방에서 우연히 만났다 어쨌다 하는데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 때부터 ''아는 형''은 ''사라진 형''이 된다.
''아는 형''은 어른들에게도 나타난다.
국회 야당 대표실 도청 사건과 관련되어 한선교 의원에게 회의 속기록을 전해줬다는 사람, 누구인지 모르지만 한선교 의원의 ''아는 형''인 셈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보고 검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나중에라도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과연 ''아는 형''이냐, ''사라진 형''이냐'', ''김비서(KBS) 형''이냐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이다.
가공의 인물을 쫓아 아프리카 콩고로 가보자. 5년 전인 2007년 사건이다.
장관들을 새로 임명하는데 국민연합이라는 정당의 총재인 ''호노리우스 키심바 엔고이''라는 정계 거물이 무역장관 후보로 추천서를 접수했다. 그리고 ''앙드레 카손고 일룽가''라는 인물도 장관직 추천서를 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키심바가 가공의 인물을 자기 경쟁자로 만들어 함께 추천서를 만들어 냈던 것.
있지도 않은 인물과 장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니 당연히 키심바가 장관이 될 줄 알았겠지만 총리가 일룽가라는 가공의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해 버리면서 문제가 커졌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키심바는 당 총재직을 내놓고 물러났다. 그런데 며칠 뒤 총리 앞으로 일룽가 장관의 사직서가 도착했다. 그리고는 ''사라진 형''이 되어 버렸다. 키심바는 ''그것 봐라, 있지도 않은 인간이 사직서에 어떻게 싸인을 하느냐''며 지금도 우기고 있다고.
영국의 한 방송사가 어른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23%가 처칠 수상이 가공의 인물인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나이팅게일이 가공의 인물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23%, 반면에 셜록 홈즈를 실존 인물로 알고 있는 사람이 59%나 됐다. 클레오파트라를 가공의 인물로 아는 사람은 4%, 마하트마 간디가 허구의 인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3% 였다. 삼총사가 실존인물이라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17%, 로빈슨 크루소를 실존인물로 아는 사람이 5%다. 소설과 영화의 영향인 듯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명의 허준의 스승 유이태(?)는 가공의 인물이다. 비슷한 이름의 조선시대 명의가 있긴 했지만 허준과는 관련이 없다. 허준보다 뒤에 태어난 명의로 홍역 치료에 탁월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도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허준의 스승이라며 동상을 만들어 놓고 고사를 지내며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적자를 줄이자며 부자증세를 이야기하면서 "백만장자 워렌 버핏의 비서가 버핏보다 더 높은 세금을 내서야 되겠냐"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내가 버핏의 비서다. 애 키우고 세금 내느라 죽을 지경이다, 빨리 세법을 고쳐라''.
자칭 버핏 비서들의 촉구가 이어졌다. 버핏의 비서가 누군지는 모른다. 다만 버핏은 버핏 비서보다 1,000 배 정도 더 번다. 소득세율은 비서가 15%~25%, 버핏은 15%이다. 장기 자본소득, 쉽게 말해 돈 놓고 돈 버는 데 대한 소득세율이 15%에 묶여 있으니 그리 된다. 죽도록 일하는데 부자들과 같거나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는 서민의 별칭이 ''버핏 비서''이다. ''너도 버핏 비서구나, 나도 버핏 비서야''.
◇ 행동은 크게 반응은 작게다들 자신만큼은 속지 않을 거라 자신하지만 이미 속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당장 금강산댐으로 서울이 물바다 된다고 해서 평화의 댐에 성금 내신 분들도 있을 거고, 제주도에 세계7대 자연경관의 명예를 안겨줘야 한다고 국제 브로커에게 속아 미친 듯이 전화버튼을 눌러 댄 분들도 계실 거고, 대통령이 약속한 747 공약과 주가지수 3천 돌파를 믿고 기다렸던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나치 정권에서 히틀러의 오른팔 역할을 맡았던 괴벨스가 남긴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는다"는 말은 그리 틀린 통찰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속는다. 속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속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심이 많아지면 자기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니 우선은 이런 말 저런 소식에 깜짝 화들짝 놀라며 흥분하고 반응을 크게 하는 것부터 조심해야 하겠다. 신념에 의한 행동은 크고 묵직하게, 주변 자극에 따른 반응은 작게 가져가면 그나마 손해를 덜 본다.
행동은 크게, 반응은 작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