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 미 의회는 탈북자 북송 청문회를 긴급 개최하기로 했다.
탈북자 북송반대 서명에도 100여개 나라에서 15만명이 참여하는 등 탈북자 문제가 국제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 UN에서 탈북자 문제 제기
정부는 우리시각으로 28일 새벽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모든 직접 관련국''이 탈북자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봉현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은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많은 탈북자들이 체포돼 끔찍한 박해가 기다리는 곳으로 강제송환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 조정관은 "탈북자에 대한 박해는 고문 등 비인간적인 처우의 수준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조정관은 이어 "국제사회는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를 촉구해왔지만 수많은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되고 있다"며 "탈북자는 정치적 고려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 고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중국 정부를 직접 겨냥하기 보다는 직접관련국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북한에 대해서는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허용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유엔 무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공식 제기함으로써 탈북자 문제는 한중간 문제에서 국제문제로 확대됐다.
◇ 미 의회, 3월1일 탈북자 북송 관련 청문회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인권소위원회가 다음달 1일 중국의 탈북자 북송과 관련해 긴급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28일 전했다.
크리스토퍼 스미스 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은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의 보고를 인용해 "북한에서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중국 정부가 강제송환을 앞둔 탈북자 가운데 80명이 송환 즉시 사형에 처할 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중국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탈북자들을 강제송환 하는 것은 국제조약 위반"이라며 중국 당국에 유엔 난민기구 등의 탈북자 면담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미 의회에서 열리는 이번 청문회에서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로버타 코헨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증언할 것이라고 미국의소리 방송은 전했다. 또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된 적이 있는 탈북자 한송화 씨와 조진혜 씨가 청문회에 참석해 북송 후 겪은 박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이는 미국의 한 인권단체는 중국 정부에 억류돼 강제송환에 직면한 탈북자가 알려진 30명 안팎보다 많은 4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 탈북자 북송반대 100개국 15만명 동참 대북인권단체인 ''내 친구를 구해주세요(Save My Friend)''가 추진하는 탈북자 북송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에 28일 오전 현재 100여개 나라에서 15만 3천명이 참여했다.
이 단체 회원 30여명은 27일 오후 주한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 외교통상부 등을 방문해 탈북자 북송 반대 서명 명부를 전달했다. 이 단체는 100만 명이 서명하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에게 명부를 보낼 계획이다.
우리 정부와 대북인권단체 등이 중국내 탈북자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앞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뀔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부는 탈북자 강제 송환 금지 요구를 국제사회에 적극 제기하는 한편 중국 정부와의 협의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1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다음달 2일 김성환 외교부장관을 만나 중국내 탈북자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국제 문제화 된 중국내 탈북자 문제가 한중 간 외교회담을 통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