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표류하던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방송광고 시장의 ''무법 상태''가 해결됐다.
국회는 이날 ''1공영 다민영'' 체제와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체제 편입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 판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3년 넘게 계속된 입법 미비 사태가 해결됐다.
이날 통과된 미디어렙법의 핵심 골자는 KBS, MBC, EBS를 공영으로 묶는 공영렙 체제를 유지하고 중소방송사의 연계판매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승인 뒤 3년뒤부터 미디어렙 체제에 편입시키고, 미디어렙의 방송사 1인 소유지분 한도를 40%로 하며, 동종 매체간 크로스미디어(교차판매)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종편 채널은 2014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미디어렙 체제에 편입된다.
MBC는 공영 방송사로 분류돼 전과 마찬가지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체제에 속하게 됐으며, 지주회사의 출자가 금지된 SBS는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 홀딩스의 출자로 만든 미디어렙(미디어크리에이트)을 통해 광고를 판매할 수 없다.
◇ 미디어렙이란?= 미디어렙은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해주고 판매대행 수수료를 받는 회사이다. 이런 방송광고대행회사체제는 방송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한테 압력을 가하거나 자본가인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사한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아주는 차단막 역할을 한다.
즉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접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이와 함께 지금까지 코바코 체제는 거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와 중소방송 광고를 연계판매함으로써 방송광고가 거대 방송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중소 방송사에 광고 재원을 분배함으로써 방송의 다양성을 살리는 기능을 해 왔다. 다시 말해 방송미디어의 균형발전과 중소매체의 공적부조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키는 것으로 이것이 미디어렙법이 구현하려는 미디어 생태계이다.
◇ 미디어렙법이 왜 중요한가? = 미디어렙법 제정논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서부터 출발한다.방송광고시장은 30년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단일체제인 공영미디어렙으로 운영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코바코의 독점체제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접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었고 또 연계판매 등의 방법으로 중소방송사에도 광고를 배분함으로써 방송의 다양성을 지켜온 순기능이 컸다는 점을 인정했다.
따라서 언론단체와 중소방송사들은 공영 렙이 주도했던 방송광고시장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경쟁적 요소를 최소한으로 도입함으로써 방송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지키는 미디어렙법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렙법은 종편 채널에 대해 3년간 미디어렙 체제 도입을 유보한다는 점과 미디어렙사의 방송사 1인 소유한도를 40%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함으로써 민영 미디어렙사가 특정사의 소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공영렙 시스템을 유지시킴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고 연계판매를 통해 중소방송에의 광고 배분을 가능하게 해 방송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숭실대 김민기 교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수입 평균 점유율이 KBS 30%, MBC 45%, SBS 25%인데 KBS와 MBC가 1개의 공영 미디어렙에 위탁하면 공영 75%, 민영 25%로 방송의 공영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