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여야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본선 승리를 책임질 수 있다며 지역을 누비고 있다. 인터넷 선거포털 사이트 <나는 후보다="">를 개설한 CBS·노컷뉴스는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천격전지의 예비후보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나는>칼바람을 맞으며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은평을(乙) 지역구는 아직 차분한 모습이었다. 간간이 대로변에 있는 건물마다 걸린 대형 후보 사진들이 4.11 총선을 앞두고 있음을 알려줬다.
하지만 지역을 한바퀴 돌고 난 뒤 이 지역은 ''여의도의 축소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만큼 선거구도가 복잡했다. 이 지역이 특별히 언론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친이계의 좌장이자 현정부 핵심 실세였던 이재오 의원이 현역의원이기 때문이다.
정권 최대 실세인 이 의원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야권의 후보가 8명이나 나서 서로 이재오에 맞설 적임자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 의원은 17대때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한차례 자리를 내줬을뿐 최근 4번이나 야당 후보를 ''물먹인'' 곳이다.
그는 재작년 7.28 재보궐 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야권단일후보인 장상 후보를 이기고 여의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리고 이것이 정권 실세로서의 입지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dd
하지만 내곡동 사저, 선관위 디도스 사태, 친인척비리 등 각종 악재로 MB(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이 의원의 총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관련이 전혀 없다"는 이 의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측근인 안병용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여기에다 이 의원과 대립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당권이 넘어가면서 일각에서는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의원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번 총선이 MB심판론으로 전개될 경우 현 정부 최대 실세인 이 의원에게는 적지않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 의원은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밑바닥 훑기''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벽 5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지역 곳곳을 돌며 밤 12시를 넘기기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 핵심 측근은 "대보름 척사 대회, 졸업식, 결혼식, 장례식을 꼼꼼히 챙기고 재래시장, 상가, 노인정, 종교시설 등을 틈틈이 왕래한다"고 전했다.
야당 후보마저 "이 의원은 쇠처럼 단단하면서 뿌리를 내릴수 있는 후보"라고 경계할 정도다.
이날 이 의원은 "최대한 조용히 선거를 치르겠다"며 기자의 방문을 마다했다.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는 "재작년 7.28 재보궐선거 때처럼 주민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야권으로 무게중심이 기울면서 기회를 엿보던 야권 후보들이 앞다퉈 나선 모습은 다른 지역과 다르진 않았다. 특히 이 지역의 현역의원이 현정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이라는 점에서 출사표를 던진 야당 예비후보들은 MB심판론을 내세우며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를 고려하면 선거구도는 복잡하게 얽힌 모습이다. 야당 후보들은 당내 경선, 야권연대 경선, 본선 등 3번의 산을 넘어야 한다.
모두 6명의 후보가 뛰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일찌감치 표밭을 다진 여성후보들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고연호 후보는 "일대일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이재호 의원에 역전했다"며 "2005년 봄부터 일요일없이 지역에서 뛰었다. 우리당에서 가장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성실과 원칙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위원장을 지낸 바 있어 조직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도 있다.
시의원 출신의 송미화 후보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역에서 지낸 ''토박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송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몇차례 이긴 경험을 갖고 있다. 국민의 정부시절 서울시 의원 뿐아니라 17, 18대 총선에서 경선에서 이기고 공천을 받았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경선을 하든지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최창환(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김성호(현 지역위원장), 민병오(전 박원순 시장후보 공동정책단장) 등 4명의 남성후보들의 경력과 자질 역시 어느 지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이들 남성 후보들은 여성 가산점이라는 불이익을 넘어서야 하는 부담이 적지않은 만큼 지역을 돌며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후보 역시 1차 관문이 중요한 변수다.
천호선 후보와 이상규 후보는 오는 15일부터 3일간 ''당원 50%,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경선을 치른다. 청와대 대변인과 서울시장 후보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두 사람은 당내에서는 경쟁력있는 후보로 평가받고 있지만 ''외다무 다리''에서 만난 셈이다.
천 후보는 "이 대통령을 심판할 친노(친노무현) 인물이 서울에 별로 없다"며 "누가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후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7.28 선거 패배 이후 다음에 출마하면 은평구에서 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며 재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 후보도 이에 지지않고 "야권 단일화를 몸으로 실천하고 희생한 내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며 "천 후보는 민주당쪽 지지표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현 민주통합당 대표에게 양보했고 7.28 재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장상 후보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했다. 최근 1년간 배공관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그는 "더이상 양보는 없다. 여기서 전사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