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 분신자살 사태를 불러온 밀양에 처음으로 정부관계자가 현지를 찾아 주민들과 직접 만났다.
조석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6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 설치된 고 이치우(74) 씨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1
2
분향소를 지키던 고부웅 장례위원장은 "부탁드리는 것은 잘못된 송전선로 공사를 반대하는 고인의 뜻을 헤아려서 주민들 좀 살려달라는 것"이라며 "공사가 강행된다면 2차, 3차 희생자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지식경제부 장관을 대신해서 차관이 내려와 조문했는데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있어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조 차관은 이어 주민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했다.
주민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분신사태를 불러온 정부와 한전의 일방적인 공사 강행을 비난하고, 고압 송전탑 설치를 철회하거나 지중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공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한전 측이 주민들을 무더기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취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 차관은 "오늘은 지역주민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의견을 수렴해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반영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설명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조문에 앞서, 이 씨가 분신 사망한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과 송전탑이 설치되는 상동면 등 공사현장을 보고 왔다.
조 차관은 "주민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일단 정부가 어느 정도 사태 해결의 ''의지''는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부웅 장례위원장은 "조 차관이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확답을 하고 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우리 의견을 장관에게 보고하고, 한전과 의견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