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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대기업들이 2,3세를 앞세워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 까지 사업영역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잇따르자 정부가 올 상반기까지 대기업 진출 금지업종을 지정하기로 했다.
◈손쉬운 돈벌이에 탐닉하는 재벌가 2,3세들재벌가 2~3세들이 자본력과 탄탄한 유통망을 앞세워 서비스업종으로 잇따라 진출하면서 전국 340만 영세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수입해 롯데백화점에서 영업중이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정성이 현대차그룹 전무도 ''오젠''이라는 빵집 사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파악한 대기업의 서비스업종 진출 실태를 보면, LG아워홈은 순대, LG사보텐 분식, LG LF푸드(하꼬야시푸드), CJ푸드빌 비빔밥, CJ푸드빌과 매일유업 카레, 대명홀딩스 떡볶이체인 베거백, 농심 뚝배기(설렁탕) 등으로 재벌가와 유통.외식 대기업들이 앞다퉈 골목상권 잠식에 나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10년 사이 영세 서비스 사업자들이 폐업하는 전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만 8000개 수준이던 제과점이 지난해 말 4000여개로 8년 만에 77.8%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다른 업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기중앙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유명 프렌차이즈 사업자들은 자영제과점이 입점한 건물주와 짜고 가게 임대계약의 해지를 유도하거나 이 마저도 안될 경우 대기업 프렌차이즈를 빵집 부근에 개점하는 수법으로 자영업자를 고사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벌가 2,3세들은 의류에서 부터 기저귀 같은 생활잡화에 이르기 까지 수입판매로 손쉬운 돈벌이에 나서면서 모기업으로부터 매장과 자금지원 같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의 유무형적 후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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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창출? 어설픈 기업가 흉내내기? 대기업과 재벌가 자제들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과 일자리 창출에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통대기업과 재벌 2~3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블루오션 개척, 해외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가치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의류와 식음료 수입에서 부터 떡볶이, 순대 같은 골목상권의 사업아이템을 프렌차이즈나 유통업이란 허울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 가치창출과는 무관한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밥그릇 뺏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감상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 지원실장은 "일부 몰지각한 재벌들의 행태는 참으로 기괴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며 "그들에게는 경제와 민생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7,80년대 개발연대 시절 대기업이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린 설비사업과 미래사업에 투자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했을 때는 대기업들의 순기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지만 최근 재벌 2,3세가 보여주는 행태는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고계현 총장은 "조그만 시장의 푼돈을 버는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면 자영업자의 몰락과 가계수입 감소, 내수위축, 기업불황으로 이어져 결국 대기업에도 불이익이 돌아가게 되는 만큼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금지업종 지정 추진, ''대기업 반발이 변수'' 중소기업과 시민단체에서 대마독식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이같은 여론은 눈앞의 이익을 두고 현실적으로 경제적 강자들이 자성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차적으로 대기업에서 소상공인 골목시장 진출을 자제하고 유통서비스 적합업종지정에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경실련은 가칭 ''중소기업과 자영업종 특별법''을 제안해 산업영역을 법적으로 보호해주고 대기업이 침범할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재벌의 내부거래나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과세와 단속을 통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기회 지적 처럼 정부내에도 재벌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업종침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대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규정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이 지난 연말 개정돼 유통서비스업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즉, 특정업종으로의 대기업 진출을 막을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82개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유통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반발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9명) 중소기업(9명), 공익위원(6명)으로 구성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가 업종을 지정하지만 법적인 강제의 방식이 아니라 상호협의를 통한 조정이기 때문에 한쪽이 반대하면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
경실련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심의회 운영과 관련해 "대기업이 일방적 입장만 고수하는 상황이다 보니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견제할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논의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