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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정연주 전 KBS 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제기된 이슈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책임이었다.
지난 1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최시중 위원장은 정연주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됐으니 국민 앞에서 거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 2009년 11월, 2011년 3월 두 번에 걸쳐 ''정연주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되면 정연주 사장에 대한 권익 보호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답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면 정연주 전 사장이 자기 보호, 이익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경우 제가 할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행정부인 제 입장에서 법률적으로 어떤 책임을 져야할 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검토해 볼 것이다,"
쉽게 말해 도와줄 게 있으면 도울까 자신이 책임 질 일은 없다는 뜻. 그리고 정연주 씨에게 보내는 한 마디, "축하하고 미안하다."
◇ 축하는 뭐고 미안은 뭔지? 최시중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후보로 검증을 받을 때 가장 아프게 때린 곳이 KBS였다. 2008년 3월 5일 KBS의 <뉴스 9=""> 보도 내용을 보자.
"1997년 대선 직전에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가 갤럽회장 자격으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대선 관련 여론조사 내용을 유출했다. 이는 사규는 물론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미 국무부 3급 비밀문서에 따르면 12월 10일에 실시한 한국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12월 12일 최시중 위원장이 보스워스 주한 미 대사에게 알려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이 KBS의 보도. 대통령 선거가 12월 18일이므로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이다. 11월 26일부터 12월 18일까지가 공표 금지기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최시중 위원장 해명도 들어 보자.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에 한 여론조사와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일반적 수준에서 얘기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한 미 대사관이 본국으로 보낸 문건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직후 여론조사는 가능해도 공표는 금지돼 있다. 최 회장의 조사 내용은 12월 10일에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이다. 김대중 후보가 선거 당일 투표의사를 밝힌 유권자 조사에서 35%로 앞서 있고, 이회창 후보 25%, 이인제 후보 20%로 그 뒤를 쫓고 있다..."
그저 예전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왜 30, 20, 숫자까지 등장하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비록 10년 전 일이어서 수사나 처벌은 없었지만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최고의 덕목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서는 가장 뼈아픈 폭로였다.
당시 KBS 사장은 물론 정연주 씨였다. 이 특종기사를 만들어 낸 기자들은 탐사보도팀이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첫 번째가 ''정연주 사장의 업무상 배임 의혹''이 제기되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최시중 위원장은 KBS 이사장을 두 번이나 만났다. 물론 당사자들은 정연주 사장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당시 언론들은 ''최시중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정연주 KBS사장이 한 몫 거들고 있다고 불만을 꺼낸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도 않은 말이 어찌 그리 흘러나오는지 이것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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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탐사보도팀의 수난이다. 인터넷 신문 기사(2010년 1월 14일)를 읽어보자.
"공공기관 사퇴 압박 등 MB식 인사에 대해 ''법도 원칙도 없다''는 쓴 소리를 하고,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했던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6일 사실상 해체됐다. ''해체'' 방안이 알려진 지난해 12월 KBS 탐사보도팀 전현직 기자들은 ''후배들의 기자 정신과 꿈을 팔아 권력의 비위를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05년 출범 이후 ''이달의 기자상''을 휩쓸며 외부에서 호평을 받았던 탐사보도팀은 정작 사내에서는 팀장이 좌천되고, 팀원들이 보복 인사를 당하는 등 각종 압박을 받아왔다."
정연주 사장 퇴진 이후에 벌어진 KBS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하나만 언급하자면 KBS의 보도본부장과 뉴스앵커가 미국 측에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에 폭로된 적이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정보 유출을 엄히 꾸짖었던 KBS가 이때는 ''KBS 직원이 정보를 유출했다고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오히려 칼을 들고 덤볐다는 사실. 관련 기사 내용을 잠시 들여다보자.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ww.wikileaks.ch)가 8월 말 공개한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는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민경욱 KBS 9시 뉴스 앵커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미 대사관 측에 대선 관련 정보를 전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미 대사관 측은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당시 해설위원)을 ''빈번한 대사관 연락책''(frequent Embassy contact)이라고 표현했으며, 민경욱 앵커(당시 뉴스편집부 기자)에 대해서도 ''민 기자가 이명박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 당했다. KBS의 이명박 다큐멘터리는 이명박에 대해 꽤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 확정 소식을 모든 신문방송이 이를 크게 보도하던 지난 12일, KBS ''뉴스9'' 시간에 이 소식은 아예 보도되지 않았다. 숱한 비판이 쏟아졌는데 한 KBS 기자의 트윗은 대법원 판결 기사조차 나가지 못한데 대해 간부들에게 이렇게 고하고 있다.
"한국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과 관련한 중요 판결이다. 기사의 가치가 높다. 그런데 이를 항의하면 간부들은 순수하지 않은 정파적 기자들이라 한다. 당신들이야말로 정파성을 가리기 위해 객관 가지고 사기 치지 마라. 취재절차에 문제가 없고 사실 그대로 나가는 모든 기사는 순수하다."
◇ 귀신이 쇼를 해도 무죄는 무죄고, 진실은 진실이번에 무죄가 확정된 배임소송과 별개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무효 행정소송에서도 정연주 전 사장이 승소했다. 법원은 해임 과정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하고 있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정권이 바뀌면서 국민의 공영방송 KBS를 신속히 장악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여당이 동원돼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사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몰아 임기 전에 쫓아냈다. 그런데 모두 무죄.무효가 되면서 2008년 8월 이후 KBS 이병순, 김인규 사장 체제의 법적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가 된다. 이것도 정치적으로 불순한 해석인가? 그런 적이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때도 그랬다. 왜 소득도 없는 아들이 서울 용산의 90억 짜리 900평 땅을 15번이나 사고팔고 했느냐고 따지니 "아들에게 물어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더라"는 답변이었다.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KBS 사장에게 배임혐의가 씌워지고 쫓겨나더라? 이것이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요즘 측근들 비리 폭로로 심기가 불편할 텐데 옛날이야기까지 꺼내 죄송하다. 꼭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워낙 귀신이 곡할 노릇들이 많으니 그랬다. 미안하다 사과한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