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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관문 통해야 출입…그들만의 정부중앙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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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민원 늘자 출입 통제 강화
"왜 취재 통제하냐" 묻자 "장관님 참석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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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를 출입하게 됐다. 육중한 쇠문이 가로막고 연두색 옷을 입은 전경들이 가로막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새로 온 출입기자입니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면회실로 가세요"

면회실로 가니 여직원이 묻는다. "누구를 찾아왔습니까?"

"새로온 국무총리실 출입기자입니다"
"아는 분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못 들어갑니다"

별 수 없이 여기저기 연락해 겨우 기자실 직원과 통화해 어렵게 하루용 출입증을 받았다.

3층 가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걸어서 기자실에 들어가 이러저러한 절차를 밟아 서류를 작성했다.

"정부청사출입증은 어떻게 발급합니까?"
"사진하고 여권 첫장 복사본을 주세요"

여권을 찾느라 이삼일이 걸렸다. 이러고도 일주일 지나서야 출입증이 나왔다. 그때까지 매일 아침마다 면회실 들러 출근하는 기자실 직원을 보증인으로 출입증을 받았다.

출입증이 나오고도 청사에 들어가려면 5번 가까운 관문을 통해야 한다. 가슴에 단 출입증이 외투에 가려지면 길을 막는다.

"출입증 보여주셔야죠"

출입기자들이 이런 불편을 겪는데 일반 민원인들은 어떤 꼴을 당할까?

후배기자들한테 물어봤다. "어떻게 하다 정부종합청사가 공항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게 됐냐?"

"MB정부들어 온갖 시위나 민원이 잇따르니까 점점 입구를 막기 시작했습니다"

14년 전 마지막 청사 출입시절을 회고해봤다. 회사 신분증만 있어도 출입이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경찰이 쇠문을 막고 출입증을 봐야 겨우 열어주는 계엄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난 7년간 근무했던 대전·춘천시절을 더듬어봐도 민원인들의 출입은 어디든 자유로왔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청·도청·교육청,검찰·법원을 오갔다.

공무원과 시민이 민원문제로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해도 주변에서 말리기는 해도 출입은 막지 않았다. 다만 청사난입이 예상될 때만 엄중하게 경계를 했다.

국무총리실에 출입하니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은퇴한 공무원이라는데 늘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설치고 다닌다. 주변에 물어봤다. "저 분은 뭐하는 분인가?"

"퇴직한 전직 공보실 직원인데 왕년에 터줏대감이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이 분은 낮술 거나하게 먹고 나타나 친한 공무원들과 농담 따먹기 하고, 바쁘게 기사쓰고 있는 젊은 기자들 귀찮게 하는 걸로 세월을 보낸다. 공보실 직원들 누구도 말을 못한다. 같은 식구니까...

두달 만에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정부중앙청사 출입증만 있으면 통행이 가능했다.

오늘 아침 휴대폰 문자를 보니 "외교협회 초청 신년 하례회가 열리니 취재진은 11시 5분까지 2층 로비에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현장 풀취재는 기자 2명, 사진기자 2명, 카메라 기자 2명입니다. 오찬 전까지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행사인가보다 해서 미리 나가봤다. 청사 출입구 옆에 젊은 직원들이 책상을 갖다놓고 이름표를 만들고 있다.

"무슨 행사입니까?"
"퇴직한 외교관들을 위한 상견례입니다"
"출입증은 어떻게 합니까?"
"미리 비표를 보내거나 외무부 직원들이 나가서 선배님들 영접합니다"

11시 전에 나이드신 분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현직 공무원들이 일사천리로 안내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18층 리셉션홀에 올라가니 거의 특급호텔 수준으로 영접하고 외투를 걸어주고 테이블에 앉힌다. 옆방에서는 한참 맛있는 뷔페가 준비되고 있다.

공보실에 문의했다. "퇴직 공무원들을 위한 신년회인가 본데 기자들 취재를 왜 통제합니까?"

"장관님이 참석하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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