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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18대 국회 기간 중 열린 전당대회에서 전직 대표 가운데 한 명이 ''돈봉투''를 돌렸다고 폭로하면서 한나라당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달 13일 한 경제신문 칼럼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처음 폭로했고 이후 지난 4일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고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봉투가 왔고 뜯어보니 300만원이 들어있었다"며 "보낸 분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이기는 했으나 나와는 별로 친분이 없었고 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돌려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돈봉투를 돌린 전직 당대표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18대 들어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당선된 이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홍준표 전 대표 등이다.
고 의원은 "홍 전 대표는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돈봉투를 건넨 전 대표는 박 의장과 안 전 대표 두사람으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나는 아니다"라고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당쇄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발칵 뒤집혔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5일 오전 열린 회의에서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당 비대위는 잘못된 정치 문화 쇄신을 위해 이 문제를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의결했고 오후에 중앙지검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하기 전에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검찰 수사의뢰에 대해 고 의원은 "저는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여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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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돈봉투 사건이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히 밝혀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고 의원이 받았다고 주장하는 돈봉투는 이미 돌려줘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 여기다 전당대회 당시 쓴 비용에 대해서는 모두가 선관위에 적법한 회계처리를 마친 상황이어서 본인의 자백 외에는 진실을 밝힐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도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화 시키며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오종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연일 대통령 주변의 비리 복마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나라당 자체 경선 과정에서 부패 비리가 탄로났다"며 "당 대표까지 돈으로 사는 정당, 정말 한나라당은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인가"라고 비난했다.
오 대변인은 또 "고승덕 의원은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돈을 뿌려 당대표가 되신 분이 먼저 사실을 고백하고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당사자의 고백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최고위원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최소 5억원을 써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 돈은 대부분 전당대회 선거인단의 표단속을 위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만 소문으로만 나돌았을 뿐 실제로 돈봉투 살포가 사실이라는 주장이 현역의원의 입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정당법에서 ''당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고 의원이 주장한 ''돈봉투''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