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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담합 사건 맡은 로펌, 변호사 윤리규정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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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 이해충돌하는 의뢰인 사건 모두 맡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보험사 담합 사건을 맡은 대형 로펌이 변호사 윤리규정을 위반한 것 아니냐며 문제삼고 나섰다. 그러나 해당 로펌에 일을 맡긴 보험사들이 문제제기하지 않아 징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조작을 셋이서 했는데 하나는 했다고 인정하고 나머지 둘은 부인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닌가?!"

지난 10월 12일 열린 16개 생명보험사의 개인보험상품 이자율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법조인 출신의 한 상임위원이 법무법인 태평양 측에 일침을 가했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이 담합사실을 자백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모두를 대리했다는 점이다.

태평양 공정거래팀은 대한생명과 신한, 동양생명 등 세곳을 대리했다. 이 중 상위 3대 보험사 중 하나인 대한생명은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자진신고를 했지만, 규모가 작은 나머지 두 회사는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대한생명은 2등으로 자진신고를 한 삼성생명에 밀려 리니언시(leiniency,자진신고감면제도)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공을 인정받아 위원회에서 최종 120억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빅3''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당초 과징금 액수는 대단히 높았지만 ''자수한 덕'' 을 본 것이다.

그러나 담합사실을 부인한 신한과 동양생명은 각각 33억 원과 24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변호사 윤리장전, 이해충돌하는 의뢰인 한꺼번에 대리해선 안돼

변호사 윤리장전에서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의뢰인을 한꺼번에 대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태평양 측 공정거래팀장인 오금석 변호사는 "수임경위를 몰랐다" 고 한 반면, 다른 변호사는 "(수임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스탠스는 각자 알아서 했다"고 엇갈린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태평양 측은 차이니즈 월(Chinese wall, 업체 내 정보교류차단장치)을 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와 변호사 업계에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공정거래팀안에 변호사가 몇명 되지 않는데 정보가 차단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히 리니언시의 경우,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태평양의 주장은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우리 로펌의 경우 담합 사건을 처리할 때 여러 회사를 한꺼번에 대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제완 교수도 "법무법인에서 이해가 상충되는 서로 다른 고객을 동시에 선임해 변론하는 것은 법조윤리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쪽 기업은 리니언시로 혜택을 받고 다른 한 쪽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엄한 처벌을 받았는데 이런 경우 상대방이 자백을 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는 굉장히 큰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로, 설사 차이니즈 월을 두어 정보교류를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변협, 생보사 측 문제제기하면 검토하겠다

대한변호사협회 측도 피해를 입은 생보사 측에서 문제제기한다면 변호사 윤리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생보사 측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사건을 맡겼을 당시에는 대한생명의 담합 인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원래 계속 거래를 해 왔던 로펌이었고 같은 로펌이라도 팀들이 달라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도 "고문 법인이라 믿고 맡겼다"며 "다른 중소형 보험사 7개사도 김앤장이 맡아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해 항공화물담합 사건 당시에도 법무법인 율촌이 자진신고한 업체와 아닌 업체를 모두 수임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윤리적으로 분명히 문제있다"며 "변협 차원에서 윤리강령이나 자정 방안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관련 전문 로펌이 몇군데 안되기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고객이 감수하면서도 선택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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