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5세에서 44세 사이 미혼 남성에 결혼을 못한 이유를 물었다. 17.4%는 ''''실업상태에거나 고용상태가 불안해서''''라고 답했고, 17.2%는 ''''소득이 적어서''''라고 응답했다.
미혼남성의 3분의 1이 넘는 35%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처지로 인해 결혼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혼 여성의 경우는 결혼을 못한 이유로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응답한 경우가 13.2%로 가장 많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철 연구위원이 16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은 남성 배우자의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결혼 문화가 이른바 ''''미혼남녀 미스매치''''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결혼이 출산의 전제로 인식되는 우리 문화 속에서 ''''미스매치''''는 초저출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 10년간 고용률, 女 상승 - 男 하락
지난 10년간 남녀고용률 변화 추이. 남성 고용률은 하락하고 여성 고용률은 상승했다. (자료: KDI보고서 발췌)
지난해 30대 남성의 37.9%가 미혼 상태였고, 여성도 20.4%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30대 미혼율이 남자는 19.2%, 여자는 7.5%에 불과했다.
미혼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합계 출산율도 1.23명으로 떨어졌다. 전체 222개 국가중 217위로 최하위권이다.
인구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 출산율(인구대체율)인 2.1명에 한참 못 미칠 뿐 더러, OECD 평균인 1.6~1.8명보다도 적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 여성의 고용률은 만 25-29세에서 12.5%p, 만 30-34세에서 5.9%p 상승했다. 반면 남성의 고용률은 만 25-29세에서 -8.2%p, 만 30-34세에서 -3.7%p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크게 향상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배우자의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결혼 조건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김 위원은 보고서에서 ''''배우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경제적 사유에 따른 혼인 장벽은 쉽게 해소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경력 단절도 없애야 결혼과 출산에 따른 여성의 경력단절도 초저출산의 큰 원인으로 꼽혔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미혼 여성이 두 번째(12.5%)로 많이 꼽은 미혼의 원인이 ''''자아성취와 자기계발을 위해서'''' 였다. 결혼과 직장생활 병행의 어려움이라고 대답한 경우도 8.3%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비효율적인 장시간 근로관행이 정착된 우리나라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회사에서 여성이 혼인과 함께 퇴사하기를 종용하는 사례들이나, 출산 이후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확고히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 유럽국가들, 동거문화로 저출산 극복
유럽 주요국가의 가정형태. 동거가구가 1/4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 KDI보고서 발췌)
보고서는 유럽의 사례를 통해 동거나 혼외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초저출산에 대응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유럽 주요국가들은 여성의 고용률이 높으면서도 상대적으로 1.7~1.9명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 만 25세-45세 사이 성인들은 절반 가량 만이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나머지 4분의 1 가량은 동거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이에따라 결혼하지 않고 출산을 하는 혼외 출산 비율도 빠르게 상승해, 최근 OECD 국가의 출산아 가운데 35%가 혼외 출산인 것으로 집계된다. 출산율이 1.7을 넘는 서유럽과 북유럽 일대 국가의 혼외 출산율은 40%에서 최고 6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혼외 출산한 자녀에 대한 양육비 보조 등 동등한 법적 보호장치가 혼외 출산에 대한 부담을 크게 경감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한국대학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이 80%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반대와 외부시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실제 동거를 선택하는 청년인구는 미미한 수준이며, 혼외 출산한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유럽국가의 경우 결혼의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변하고 동거가 일반화 되면서,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결혼지연 현상에도 불구하고 혼외출산이 폭넓게 확산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만혼 현상이 초저출산의 함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사회전반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되는 아시아적 문화에서 기혼가정의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만으로는 초저출산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임신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지 않고, 예비 및 무자녀 신혼부부에도 확대되도록 하는 등, 국가정책적으로 미혼남녀의 결혼을 보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