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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37.1%. 14일 종가 기준 3030억원)의 절반(1500억 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정치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통큰 기부 결심을 밝히면서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안 원장의 이같은 통큰 기부는 안철수식 정치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철수 원장의 이번 결정으로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부터 안 원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를 통해 전국을 순회하며 꿈을 잃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아픔을 다독이며 용기를 잃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2,30대와 ''공감''해왔다.
이후 지지율 50%를 넘나들던 안 원장이 지지율 5%에 불과하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아무 조건없이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양보함으로써 ''자기희생''과 헌신의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재산의 절반을 선뜻 기부함으써 ''나눔''과 ''배려''의 이미지까지 정치적 자산으로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불어닥치는 안철수 바람은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강력해진 안철수 바람은 당장 기존 정치권을 크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방안을 놓고 주춤거리며 내부 갈등 양상을 보여온 여당에 대해 따가운 시선과 비판이 제기되고 박근혜 대세론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야권에 대해서도 안 원장이 빠진 통합의 의미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번 재산 사회환원 결정으로 안 원장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기존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의 대선 행보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게 될 경우 기존 정치권 전체를 흔드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가 안철수연구소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그의 현실 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그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에 대해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유례가 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 사회는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실의와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도 필요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선 제가 가진 안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이메일 끝 부분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돼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며 "뜻 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고 호소했다.
안 원장이 ''우선'' 지분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사회 구성원의 동참을 촉구한 점을 들어 부유층의 기부를 하나의 큰 ''사회운동''으로 엮어 가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 주로 제기됐던 부유세(버핏세) 논란이 여당에서 한창인 점을 보면 이런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가 최대 사회 문제인 ''부의 쏠림'' 현상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성과를 낼 경우 내년 총선과정에서 그의 입김은 더울 세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안 교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정치권의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