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48) 대장 일행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일몰로 일시 중단됐다. 연락이 두절된지 48시간을 넘기면서 박대장 일행의 생환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작아지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이의재 사무국장은 20일 "우리 시간으로 밤 9시 정도가 되면 해가 지기 때문에 수색에 나선 셰르파들도 8시를 전후해 수색을 중단하고 안전한 곳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장 일행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21일 오전 재개될 예정이다. 이 국장은 "날씨가 허락한다면 등반 라인에 대한 헬리콥터의 상공 수색이 재개될 것"이라며 "오늘 4명의 셰르파가 수색 작업에 나섰는데 추가로 셰르파를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안나푸르나 남벽을 등반 중이던 지난 18일,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15분(현지시간 4시) 위성전화를 통해 "눈과 가스(안개)를 동반한 낙석으로 운행을 중단한다. 전진캠프로 하산할 예정이다"라고 통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박 대장 일행을 찾기 위해 20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헬기 수색과 더불어 4명의 셰르파가 박 대장의 등반 루트를 따라 수색에 나섰으나 박 대장 일행의 흔적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이 국장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많다. 부상을 당해 안전지대로 피신했을 수도 있고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면서 "다행히 대원들이 5박6일 일정으로 식량을 가져갔다. 그러나 배낭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어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산악연맹의 한 관계자는 "내일이 수색 작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내일도 찾지 못한다면 생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배낭 분실 가능성을 들었다. "하산하겠다고 통신한 지점이 해발 6,300m다. 이 지점에서 하산했다면 입고 있는 보온복이 크게 두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도를 넘나드는 일교차를 견디기 위해 가져간 보온복이 배낭에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러나 위성전화와 무전기 1대씩을 가져간 대원들의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미루어 돌발 상황으로 인해 배낭을 분실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보온복을 미리 꺼내입지 않았더라면 안나푸르나의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산악계는 박 대장이 1991년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100여m의 빙벽 아래로 추락했을 때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만큼 이번에도 기적을 보여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한편 박 대장은 지난달 12일 강기석, 신동민 대원 등 2명과 함께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목표로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로 향했다. 히말라야의 8,000ｍ 이상 14개 봉우리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해발고도 8,091m)의 남벽은 가장 험난한 측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