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화가를 분노케 한 이명박 시대의 풍속화는?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이민혁 개인전 "한강,불처럼 숨쉬다", 9.21-9.26, 인사아트센터

ㅎㅎ

 

한강 풍경이 한 화가에 의해 역사의 숨결이 불어넣어졌다.한강은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질 만큼 산업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한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의 현재 사회상은 산업화의 후유증과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민혁 화가는 "한강, 불처럼 숨쉬다" 전시회에서 이러한 그늘을 화폭에 담아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2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최근 3년간 작품 26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시기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기간과도 맞아떨어져, 이명박 정부의 사회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암울한 6월이었을거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다뤘다. 이 작품은 국회의사당이 바라다보이는 한강에서 시민들이 배에서 띄운 촛불들이 물결 따라 행렬을 이루며 떠내려가고 있다. 국회의사당은 촛불들의 아우성을 듣고나 있는지 무심하게만 느껴진다.''그들의 불꽃놀이''는 한강변에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강에 몸을 던진 사람 싸늘한 주검이 되어 들것에 들려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루고자 했던 ''한강 르네상스''는 한낱 불꽃쇼에 그친 것인가.

한강을 배경으로 한 이민혁 작가의 고발은 계속된다. ''나와 상관없는 나의 이야기''는 한강변 카페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하여 아수라장이지만, 그 카페안 가수는 천연덕스럽게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그곳을 찾은 손님들도 자기들만의 대화에 열중할 뿐이다. 이웃이야 죽건 말건 무관심이 상책이라는 세태가 읽혀진다. ''책을 태우고 거짓을 꿈꾼다''는 도서관 너머로 용산참사의 화염 장면이 비치고, 도서관 내부까지 불길에 휩싸여 책들이 모두 타고 있다. 작가는 법전에서만 통용되는 정의를 불사르고 싶었던 것일까? 전태일 열사가 노동법을 불살랐던 것처럼.''검은 무리가 지나간 곱창집''은 식당안 사람들이 모두 광인이 되어 자기 창자를 꺼내서 불판에 올리는가 하면, 사람을 통째로 불판에 올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 작가는 광우병으로 인해 사람이 미쳐버린 상상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는 번지점프 로프에 목을 매고 떨어져 자살하는 장면, 시민들이 무차별적으로 연행되는 장면,권력기관의 건물 앞에서 방패를 들고 열을 지어 철통경비를 하는 전경들의 모습 등 사회 비판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ㅎㅎ

 

이민혁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차분하고 관조적인 작품들도 선을 보여 고발적인 작품들과 대비를 이룬다. ''질퍽한 세상 맴돌다가''는 생로병사를 겪는 인간 삶의 순환을 형상화했다. ''강의 길 눈의 길 사람의 길''은 고층 통유리 카페에서 청록색 강의 물결과 바람에 날리는 흰 눈의 결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한강을 연주하다''는 한강을 배경으로 한 카페에서 연주자들의 합주가 이뤄진다. ''경계는 만들어지고 넘어간다''는 벌거벗은 채 자유로운 여인들이 저 하늘 끝 광명의 세계를 향해 한강의 섬 수풀을 가로질러 뛰쳐나가기 위해 강변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장면을 담았다. 이 작가는 화려한 한강의 이면에 답답하고 고통스런 삶이 가려져 있지만, 이런 척박한 현실에 찌그러들지 않고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이민혁 작가의 사회고발적인 작품들은 개인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그는 "개인을 돌아보며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 자신뿐 아니라 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서거사건은 이민혁 작가가 사회 비판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이런 사안을 안 그리고 가는 것, 사회에 발언을 못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사회가 나로 하여금 비판적인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다"고 했다. "희망과 즐거움을 그릴 때가 올 것으로 믿습니다. 다음에는 이번처럼 어두운 그림을 안 그리겠죠.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때가 오길 바래요."

이번 이민혁 작가 전시에는 700호 대작 한점과 150호 여러점, 나머지는 100호 등 26점이 전시되고,소품 20여 점이 함께 선보인다.

전시기간:9.21-9.26
전시장소:인사아트센터 2층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