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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지난 1992년 대선 기간 중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측에 3천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9일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 ''노태우 회고록''에서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지원 요청으로 두 차례에 걸쳐 3천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영삼 민자당 총재가 그 해 5월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 대선자금과 관련해 "적어도 4천억원에서 5천억원이 들지 않겠느냐.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 주십시오"라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13대 대선 중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자금에 비춰볼 때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경우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당을 통해 지원받은 선거자금은 1400억원 규모였고, 당 재정위원과 후원회 등에서 모은 돈 5백억원을 합치면 민정당의 선거자금은 2천억원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몇몇 측근들과 자금 조성 문제를 상의하는 한편 기업인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음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전임자의 경우 대권이 넘어가더라도 상당기간 다음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해 협조를 아끼지 않던 그들이었지만 내 경우에는 권력을 넘겨주면 후임자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전과는 태도가 판이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그는 "안가에서 금진호 상공부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김 총재에게 인사시키면서 도와주라고 했다"며 "그 후 금 장관과 이 의원 두 사람이 각각 1천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줬다고 들었다"고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김 총재와 당 선거관계 참모들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긴급요청)를 받았다"며 "금진호 장관을 통해 한몫에 1천억원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에 "김 총재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며 "결국 내가 김영삼 캠프의 선거자금 3천억원 조성을 도운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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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또 "1993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김 대통령의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에 청와대 금고 안에 1백억원 이상의 돈을 넣어두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2천 757억원의 보유 배경에 대해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후 청와대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전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금이 모두 사용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민자당을 탈당함으로써 자금지원의 공식 창구가 없어지고 자금관리를 책임진 이현우 경호실장이 안기부장으로 보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후 이현우 안기부장의 보고를 받고는 예상외로 많은 자금이 남아 있어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후임자가 나라의 큰 일에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판단했지만 그는 끝내 청와대에 오지 않아 남은 자금을 후임자에게 전해주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져 "남은 자금을 반드시 후임 대통령에게 인계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퇴임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유용하게 쓰면 되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마저 들게 됐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통치자금'' 마련 방법과 관련해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기업인들의 면담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자금에 써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고, 기업인이 자리를 뜨면 바로 이현우 경호실장을 불러 봉투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방문은 통상적으로 추석이나 연말, 그리고 선거가 있기 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의 재임시까지 여당 정치자금의 대부분은 이른바 대기업들로부터 충당됐다"면서 "5공화국 시절 민정당 대표위원으로 있을 때 정치자금 창구는 청와대로 단일화돼 있었고, 당 운영비는 사무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수령해서 집행했으며 구체적인 집행내역은 당 대표에게 보고할 의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돈 문제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면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아 있던 돈은 대부분 금융기관 등에 위탁해 놓았다가 전액 몰수돼 국고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수감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나 혼자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며 "이후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회고록을 작성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마당에 사실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위와 같이 밝혔다.